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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묘리의 거리, 붉은 유혹에 물들다

2월의 묘리현 대후 마을은 온통 습기로 가득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한 물방울들이 하얀 커튼처럼 시야를 가렸고, 뺨에 닿을 때마다 서늘한 감촉이 일어 옷깃을 여미게 만들었다. 거리 곳곳에는 제철을 맞은 딸기들이 붉은 보석처럼 흩어져 있었다. "엄마, 저기 봐! 진짜 빨개!" 아이들의 들뜬 외침이 눅눅한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젖은 흙냄새와 달큰한 과육의 향기가 뒤섞인 공기는 마치 거대한 설탕 시럽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첫째는 호기심에 이끌려 딸기 밭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고, 둘째는 이미 손가락 끝에 붉은 즙을 묻힌 채 그것을 쪽쪽 핥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신발 끝이 눅눅하게 젖어 무거워졌지만, 그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 습하고 달콤한 공기 속에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안개보다 더 짙게 깔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산책이었다.

소란을 뒤로하고 마주한 정적의 온기

무거운 유리문을 밀고 采莓行館Caimei Hotel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외부의 서늘함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툭,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귓가를 때리던 거리의 소음이 단숨에 차단되었고, 그 빈자리를 낮게 깔린 조명의 은은함과 쾌적한 온기가 채웠다. 밖에서 한껏 들떠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이곳의 정적 앞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온도와 소리의 급격한 변화. 그 경계를 넘는 것만으로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여행의 긴장이 느슨하게 풀리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누군가 억지로 힘내라고 말하지 않아도, 따뜻한 공간이 주는 무언의 위로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우리 가족의 작은 요새, 포근한 안식처

우리가 묵은 방은 넓게 펼쳐진 다다미와 두툼한 라텍스 매트리스가 반겨주는, 우리 가족만을 위한 작은 성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매트리스의 탄성을 확인하겠다며 동시에 몸을 던졌고, 푹신하게 고요해졌다가 다시 튀어 오르는 몸짓들이 방 안을 생기로 가득 채웠다. 특히 머리맡에 놓인 부드러운 베개와 단단한 베개 중 취향껏 골라 베고 누울 수 있는 세심한 배려에 마음까지 포근해졌다. 라텍스 매트리스의 쫀쫀한 감촉이 등에 착 달라붙을 때, 비로소 '아, 이제 정말 쉬는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욕실로 들어서자 采莓行館Caimei Hotel의 자랑인 커다란 욕조가 눈에 들어왔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자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욕실 전체를 포근한 구름처럼 메웠다. 아이들은 욕조 안에서 작은 장난감 배를 띄우며 물보라를 일으켰고, 어느새 발그레해진 뺨을 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물방울이 여기저기 튀어 바닥이 흥건해졌지만, 그 소란함조차 사랑스러워 그냥 두었다. 아이들이 물놀이에 열중하는 동안 나는 욕조 가장자리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뜨거운 물이 피부의 긴장을 녹여내고,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까지 함께 씻어내리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된 무용함, 그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휴식이었다.

8층의 창가에서 바라본 무채색의 세상

방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8층 높이에서 내려다본 대후 마을의 전경은 낮게 깔린 안개와 옅은 녹색의 전원 풍경이 수채화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아까 우리가 걸었던 그 소란스러운 거리도 위에서 보니 그저 작은 점들의 움직임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있었고, 그 틈으로 2월의 옅은 햇살이 스며들어 마을의 지붕들을 하나둘씩 깨우고 있었다.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맞대고 바라보는 세상은 왠지 모르게 다정해 보였다. "저 차는 빨간색이야!", "저건 커다란 트럭이야!" 아이들의 단순하고 순수한 관찰이 방 안을 채우는 동안, 나는 이 안전한 성벽 안에서 느끼는 평온함에 감사했다. 밖은 여전히 쌀쌀하고 습하겠지만, 여기는 충분히 따뜻했다. 다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기 전까지, 우리는 이 작은 요새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게으름을 만끽했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정적은 그 어떤 화려한 관광지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이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딸기 향이 났다.

  • 대후 마을의 강지구기에서 얇은 피의 훈툰과 육원을 꼭 맛보길 권한다. 짭조름한 소스와의 조화가 일품이다.
  • 2월의 대후는 안개가 잦으므로, 가벼운 겉옷을 챙겨 딸기 밭 산책을 즐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