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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배가 고프다고 했었나

에어컨 날개 끝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 작은 파열음이 방 안의 무거운 적막을 정확히 갈랐다. 8월의 묘리는 공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늪 같았다. 피부에 닿는 습도는 마치 젖은 수건을 온몸에 칭칭 감고 있는 듯한 불쾌한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대후의 고요한 품에 안긴 采莓行館Caimei Hotel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쾌적한 냉기 속에서 정신이 맑아지자, 잊고 있었던 허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누구랄 것도 없이 배가 고팠다. 우리는 짐을 풀기도 전에 다시 끈적한 밤공기 속으로 나섰다. 목적지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는 훈툰집, 강기구기였다. 낡은 간판 아래로 사람들의 열기와 진한 육수 냄새가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훈툰과 육원, 그리고 갈비면을 포장해 돌아오는 길, 비닐봉지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김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그것은 바깥의 눅눅한 더위와는 전혀 다른, 다정한 온기였다. 갑작스레 쏟아진 소나기에 운동화 끝이 젖었지만, 오히려 그 빗줄기가 공기 중의 열기를 씻어내 주는 것 같아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젓가락질 소리 사이에 낀 말들

"야, 너 아까 그 육원 좀 먹어봐. 안에 든 죽순이 생각보다 달콤해. 묘리 쪽 죽순이 원래 이렇다니까."

"달다고? 육원이 왜 달아. 그냥 짭조름한 거 아니야? 네 입맛이 이상한 거겠지."

우리는 采莓行館Caimei Hotel의 합식 방형 룸에 놓인 널찍한 침대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플라스틱 용기가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얇은 피의 훈툰은 입술에 닿자마자 매끄럽게 미끄러졌고, 푹 익은 갈비는 젓가락만 대도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졌다. 짭짤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근데 우리 이번 여행 테마가 '모험' 아니었냐? 지금 꼴을 봐. 그냥 맛집 투어 하는 거랑 뭐가 달라."

"모험이 별거 있어? 이렇게 눅눅한 날에 8층 높이까지 올라와서 야식을 먹는 것 자체가 모험이지. 너 아까 엘리베이터 탈 때 표정 봤어? 거의 히말라야 등반하는 사람처럼 비장하더라."

"말도 안 돼. 난 그냥 에어컨 바람이 빨리 닿길 바랐을 뿐이야. 그나저나 여기 토토 비데 진짜 편하네. 이런 작은 디테일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법이지."

"너는 이 상황에서 비데 이야기를 하냐? 진짜 뻔뻔하다. 내기할까? 내일 아침에 누가 제일 먼저 일어나는지. 지는 사람이 체크아웃 때 짐 다 들어."

"콜. 난 무조건 늦게 일어날 거야. 여행의 본질은 원래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거니까."

포만감이 남긴 고요

음식이 바닥을 드러내자, 소란스럽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플라스틱 용기에는 몇 방울의 국물과 작은 죽순 조각만이 외롭게 남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창밖을 보았다. 8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대후의 전원 풍경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멀리 펼쳐진 딸기 밭의 경계선이 어둠 속에 잠겨 검은 벨벳 바다처럼 일렁였고, 간간이 켜진 가로등 불빛이 습한 공기 속에 몽환적으로 번져 있었다.

방 안은 이제 에어컨 바람으로 완벽하게 쾌적해졌다. 침대 밑에서 천천히 말라가는 운동화의 눅눅한 냄새조차 이제는 정겨웠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벅찬 감동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씻고, 배를 채우고, 믿을 만한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이 명확한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다시 넓은 매트리스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몸이 부드럽게 고요해지는 느낌이 안온했다. 더 이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이 무용한 시간 속에 머무는 것이 좋았다. 묘리의 밤은 깊었고, 우리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천천히 잠의 심해로 미끄러졌다.

창밖의 빗소리가 잦아들고, 방 안에는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유일한 이정표가 되었다.

  • 강기구기의 훈툰과 육원 조합, 특히 죽순의 은은한 단맛을 꼭 경험해 볼 것
  • 采莓行館Caimei Hotel의 넓은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