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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기했다. 누구 하나는 길을 잃을 거라고. 결과는 셋 다 잃었다. 굽이진 산길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곳은 호텔인지 갤러리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공간, 竹美山閣 藝術園區였다. 11월의 산 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고, 코끝을 스치는 젖은 흙 내음이 우리가 정말 깊은 곳까지 들어왔음을 알려주었다.

우리 내기했다. 누구 하나는 길을 잃을 거라고. 결과는 셋 다 잃었다. 굽이진 산길을 한참 올라 도착한 곳은 호텔인지 갤러리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공간, 竹美山閣 藝術園區였다. 11월의 산 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고, 코끝을 스치는 젖은 흙 내음이 우리가 정말 깊은 곳까지 들어왔음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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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구기에서 훈툰을 먹었다. 얇은 피 속에 꽉 찬 고기의 질감이 혀끝에 닿았고, 하얀 김이 안경 너머로 뿌옇게 서렸다.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 식도가 홧홧해지며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친구 녀석은 국물까지 다 마시더니 배가 너무 부르다고 투덜댔지만, 그 표정이 너무나 만족스러워 보여 그냥 웃으며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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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예술 좋아해?"라고 물었다. 걔는 대답 대신 침대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우리는 예술을 감상하러 온 게 아니라, 그저 완벽하게 누워있으러 온 거였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커튼 사이로 길게 늘어졌고, 이 호텔의 진짜 예술은 아마 침대의 각도와 베개의 높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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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에 클래식한 분위기의 공연장이 있단다. 우리가 거기서 우아하게 노래라도 부를 줄 알았나 본데, 정작 우리가 한 건 서로의 코골이 소리를 예측하는 내기였다. 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지는 우리의 낄낄거림. 무용함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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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에 앉았다.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서늘한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찻잔에서 올라오는 뭉근한 온기가 손끝에 머물렀고,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11월의 공기는 적당히 차가웠고, 찻잔의 온도는 적당히 뜨거웠다. 그 온도 차이가 주는 안도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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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욕조에 몸을 담갔다. 물이 미끄럽다. 피부 위에 비단 한 겹을 얇게 펴 바른 느낌이었다. 은은한 레몬 버베나 향이 콧등을 스쳤고, 뜨거운 물과 찬 물의 경계에서 나에게 딱 맞는 온도를 찾는 일이 그날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었다. 竹美山閣 藝術園區의 고요함이 물결을 타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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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원주민 춤 공연이 시작됐다. 화려한 옷차림과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리듬. 억지로 끌려 나간 친구의 표정은 가관이었지만, 노래가 빨라지자 어느새 같이 발을 구르고 있었다. 낯선 리듬에 몸을 맡기고 땀을 흘리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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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안개가 밀려왔다. 산의 윤곽이 흐릿해지더니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세상에 우리만 남은 것 같은 기분.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냥 여기 있어서 좋았다. 안개가 모든 경계를 지워버린 오후, 우리는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했다.

젖은 신발을 현관에 두고, 다시 누웠다.

  • 대리석 쌍욕조에서 온도 조절하며 멍 때리기, 이거 진짜 추천한다.
  • 강기구기 훈툰은 꼭 먹어봐. 국물까지 다 마셔야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