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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바의 작은 위로

사방농장의 우유 과자. 바스락거리는 하얀 비닐의 건조한 촉감, 봉지를 여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은은하고 달콤한 우유 향, 입안에서 가볍게 부서지며 혀끝에 남기는 고소하고 정직한 여운.

빗소리에 섞인 낮은 속삭임

"그냥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될까?" 그녀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나른하게 물었다. 창밖에는 6월의 소나기가 거세게 쏟아지며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미니바에서 꺼낸 우유 과자 하나를 그녀의 입술 앞에 가만히 가져다 댔다. "과자 맛있네." "응, 나쁘지 않아."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빗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촘촘하게 채웠다. 계획했던 일정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갔지만,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함보다 소중한 나른한 진실

苗栗馥藝金鬱金香酒店의 로비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나는 잠시 압도되었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는 마치 얼어붙은 빗방울처럼 빛났고, 벽면을 채운 육중한 유화들은 낯선 도시의 권위를 뽐내고 있었다. 유럽의 어느 궁전에 잘못 들어온 듯한 바록 양식의 웅장함은 때로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팽팽한 긴장은 객실 문을 닫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우리가 머문 방에는 180센티미터 너비의 커다란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하얀 섬 같은 공간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로비의 화려한 풍경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와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쾌적한 서늘함, 그리고 입안에서 맴도는 우유 과자의 달콤함만이 실재하는 전부였다.

오후의 무료함을 달래려 내려간 지하 1층의 휴식 공간은 또 다른 세계였다. 조명 아래 잔잔하게 물결치는 실내 수영장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스파 구역.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피부 위에 얇은 비단 한 겹을 두른 듯한 매끄러움이 느껴졌다. 은은한 아로마 향과 함께 사우나의 열기가 몸속 깊은 곳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물의 온도와 내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치유가 되었다.

호텔 밖으로 나서면 바로 맞은편에 죽남 운동공원이 펼쳐진다. 6월의 묘리는 비가 내린 뒤에야 비로소 제 색깔을 찾는다. 빗물에 씻겨 내려간 먼지 대신, 눈이 시릴 정도로 짙은 초록색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우리는 천천히 공원을 걸었다. 눅눅한 흙 내음과 젖은 풀잎의 비릿하면서도 싱그러운 냄새가 섞여 코끝을 스쳤다.

출출해질 때쯤 찾은 강기구기의 훈툰은 정직했다. 얇은 피 속에 꽉 찬 육즙, 그리고 적당한 온도의 국물이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화려한 미식은 아니었지만, 걷느라 조금 지친 발끝의 피로를 잊게 만드는 다정한 맛이었다. 조식으로 먹은 쫀득한 유반과 짭조름한 루로우판 역시 그랬다. 특별한 기교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의 기본에 충실한 맛.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걸었다. 때로는 조금 빠르고, 때로는 조금 느렸지만, 그 불일치조차 나쁘지 않았다. 완벽하게 맞물리는 톱니바퀴가 되기보다, 조금씩 엇갈리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 더 좋았다. 6월의 습한 공기는 우리를 더 밀착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그 끈적임마저 서로를 향한 다정함으로 받아들였다.

체크아웃을 하고 돌아오는 길, 가방 속에는 미처 다 먹지 못한 우유 과자 몇 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이제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비 오는 오후의 정적과 나른한 침대의 감촉, 그리고 함께 나누었던 낮은 대화들의 기록이 되었다. 삶이 꼭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적당한 온도의 공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창가에 맺힌 빗방울이 느릿하게 선을 그리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 죽남 운동공원의 짙은 초록을 만끽하려면 비가 그친 직후의 산책을 추천한다.
  • 강기구기의 훈툰은 얇은 피의 식감이 일품이니 꼭 맛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