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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곁에 놓인 작은 위로

우유 과자. 상아색의 작은 원형 과자가 미니바 옆 하얀 접시 위에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포장지를 뜯는 순간, 고소하게 구워진 우유 향이 서늘한 방 안의 공기를 부드럽게 채웠다. 손끝에 닿는 질감은 건조하면서도 매끄러웠고,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경쾌하게 바스라지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혀끝에 남는 진한 단맛은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호텔 로비와는 대조적인, 아주 소박하고 일상적인 다정함이었다.

낮은 숨소리와 섞인 대화

"저기 로비에 있던 그 오래된 자동차, 이름이 뭐였지?"
그가 넓은 침대 한가운데로 몸을 웅크리며 나직하게 물었다. 나는 천장의 은은한 조명을 한 번 보고, 다시 그를 보았다.
"글쎄, 비엠더블유였나. 그냥 오래된 차였어."
"그 차가 거기 있어서 좀 묘했어. 유럽의 성 같은 곳에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이라."
"이상한 게 아니라 재미있는 거지."
나는 대답하며 보들보들한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렸다. 9월의 묘리는 낮엔 따뜻했지만, 밤 공기는 제법 서늘해 피부에 닿는 감촉이 알싸했다.
"내일은 저 앞 공원에 가볼까?"
"음, 10분만 더 이렇게 있자. 지금 딱 좋아."
그는 대답 대신 내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가볍게 얹었다. 규칙적으로 겹쳐지는 서로의 숨소리가 정적 속에서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화려한 껍질을 벗고 마주한 진심

苗栗馥藝金鬱金香酒店의 로비는 압도적일 만큼 화려했다.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가 쏟아내는 차가운 빛과 벽면을 가득 채운 웅장한 유화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위용을 뽐내던 빈티지 비엠더블유까지. 처음 그곳에 발을 들였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어깨를 꼿꼿이 폈다. 마치 잘 차려입은 예복에 몸을 맞추듯, 우리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이 머무는 공간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근사하게 포장하려 애썼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와 무거운 신발을 벗고, 온기가 남아 있는 욕실 바닥에 발을 디딘 순간 그 긴장은 천천히 느슨해졌다. 그것은 꽉 묶여 있던 신발 끈을 하나하나 푸는 일과 비슷했다. 우리는 굳이 특별한 무언가를 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호텔 내 실내 수영장의 미지근한 물속에서 천천히 팔을 저으며 물결의 흐름에 몸을 맡겼고, 에센셜 오일 향이 감도는 에스피에이의 따뜻한 증기 속에 파묻혀 묵직한 피로를 씻어냈다. 뜨거운 물의 온도가 피부에 닿아 근육의 긴장을 걷어낼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꾸밈없는 표정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화려한 외관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갑옷이었다면, 방 안의 정적과 수영장의 일렁임은 오직 우리만을 위한 안식처였다.

호텔 밖으로 나와 들른 '강기구기'에서 맛본 완탕의 기억도 선명하다. 얇은 피 속에 갇힌 탱글한 새우의 식감과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담백한 육수. 자극적이지 않은 그 맛이 9월의 선선한 바람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맞은편의 주난 운동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색 잔디 위로 낮게 깔린 구름이 흐르고, 코끝에는 젖은 풀냄새가 스쳤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거창한 영감을 찾으려 하겠지만, 나는 그저 내 옆에서 보폭을 맞추어 걷는 사람의 규칙적인 구두 소리가 좋았다.

삶이 항상 특별한 이벤트로 채워질 필요는 없다. 유럽의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苗栗馥藝金鬱金香酒店에 머물면서도, 결국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아무런 계획 없이 넓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그 무용한 시간들이었다. 서로의 호흡과 리듬이 조금씩 일치해가는 과정, 그 소소한 발견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로비의 화려함보다는 방 안의 고요한 정적을 더 오래 기억할 것이다.

창가로 스며든 9월의 오후 햇살이 침대 끝에 걸려 있었다.

  • 주난 운동공원의 넓은 잔디밭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세요.
  • 강기구기의 완탕과 육즙 가득한 고기만두로 소박하지만 확실한 지역의 맛을 경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