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골든튤립 미아올리

엉망진창이었던 체크인 오후

8월의 묘리는 숨이 막힐 듯 습했다. 차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눅눅한 열기에 얇은 티셔츠가 피부에 쩍쩍 달라붙었다. "아니, 대체 누가 예약했다는 거야?" 누군가의 짜증 섞인 외침과 함께 셋이서 예약 확인서를 두고 한참을 다퉜다. 덜컹거리는 캐리어 바퀴 소리와 섞인 우리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가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흩어졌다. 그때 눈앞에 나타난 苗栗馥藝金鬱金香酒店의 외관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 같았다. 대만 한복판에 뜬금없이 내려앉은 유럽의 고성 같은 웅장함. 우리는 땀에 젖어 엉망이 된 몰골로 그 화려한 입구에 발을 들였다. 로비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팽팽했던 소란이 마법처럼 고요해졌다.

이 호텔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비엠더블유와 우리의 처참한 괴리감. 천장의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가 쏟아내는 눈부신 빛과 그 아래 전시된 매끄러운 비엠더블유 자동차는 지나치게 기품 있었다. 젖은 머리를 털며 멍하니 서 있는 우리의 꼴이 마치 성에 잘못 들어온 불청객 같아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 지독한 부조화가 오히려 마음을 놓게 했다. 완벽한 공간 속의 불완전한 우리, 그 틈새에서 묘한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객실 내 정수기가 주는 소소한 해방감. 무거운 생수병을 옮기거나 매번 요청할 필요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사치였다. 정수기에서 물이 쪼르르 흐르는 맑은 소리를 들으며 컵을 채울 때, 일상의 작은 번거로움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투명한 물잔 속으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이 유난히 평화로웠다.

실내 수영장의 서늘한 위로. 밖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가마솥더위였지만, 지하 수영장의 공기는 쾌적하고 서늘했다.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부력에 몸을 맡겼다. 젖은 피부 위로 스치는 에어컨의 냉기가 기분 좋게 소름을 돋게 했고,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만이 고요한 공간을 채웠다.

창밖의 초록색 정적. 객실 창문을 열면 맞은편 죽남 운동공원의 짙은 녹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만 평이 넘는다는 그 광활한 잔디밭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저 초록색이 거기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휴식이 되었다.

리스트에는 없었던 완탕의 기억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갑자기 쏟아진 8월의 소나기가 우리의 발목을 잡았고, 우리는 쫓기듯 근처의 '강기구기'라는 작은 식당으로 숨어들었다. 좁은 가게 안은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진한 육수 냄새로 가득했다. 우리는 홀린 듯 완탕과 육원, 수정교자를 주문했다. 숟가락으로 뜬 완탕 국물은 혀끝을 데일 듯 뜨거웠고, 입안에서 톡 터지는 육즙은 정직하고 강렬했다. 밖에서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눅눅해진 신발 따위는 잊은 채 서로의 입가에 묻은 국물을 보며 아이처럼 낄낄거렸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비즈니스 센터의 유리 온실에 몸을 뉘었다. 업무를 보러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유리 천장을 거칠게 때리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앉아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하는 리듬에 맞춰 아무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갔고, 때로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은 외로움이 아니라 충만함이었다. 화려한 바록 양식의 건축물 안에서, 우리는 가장 단순하고 무용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 무용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이 준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하얀 시트가 몸을 감싸며 기분 좋게 바스락거렸다.

  • 강기구기의 완탕과 육원을 꼭 맛볼 것. 뜨거운 국물이 마음까지 데워준다.
  • 호텔 맞은편 운동공원을 멍하게 바라볼 것. 아무것도 안 하는 즐거움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