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은데."
차 문을 닫자마자 2월의 묘리 공기가 훅 끼쳐왔다. 섭씨 17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온도가 피부에 닿았다. 우리는 서로의 옷소매를 살짝 잡은 채 I Sky Villa의 입구에 섰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자갈 소리가 정적을 깨웠고, 주변의 낮은 산들은 젖은 안개를 머금은 채 몽환적인 실루엣을 그리고 있었다. 가끔 이름 모를 새소리가 공중을 가늘게 갈랐다. 계획했던 빽빽한 일정들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정작 우리가 한 일은 서로의 눈을 맞추며 작게 웃은 것뿐이었다. 그 찰나의 웃음 속에 묘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무거운 면 침구가 주는 안도감
방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끈 것은 맞춤 제작했다는 묵직한 나무 침대였다. 단단한 나무의 결이 방 안의 공기를 차분하게 고요해지고 있었고,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 위에 펼쳐진 하얀 면 침구 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보드라운 천이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적당한 무게감으로 몸을 지그시 누르는 그 감각은 마치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안전한 고치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퀸 사이즈 침대는 두 사람이 눕기에 충분했고, 그 사이의 적당한 틈새에는 우리의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거리감이 놓여 있었다.
창밖으로는 캄포르 숲의 짙은 향기와 유자 꽃의 은은한 내음이 섞여 들어왔다. 2월의 묘리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보았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이런 무용한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출출해질 무렵 찾아간 식당에서 맛본 훈툰은 얇은 피 속에 갇힌 육즙과 달큰한 죽순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 몸속의 긴장이 눈 녹듯 풀렸고, 혀끝에 남은 짭조름한 여운이 마음까지 데워주었다.
다시 I Sky Villa로 돌아와 우리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원래는 주변 명소들을 돌아볼 생각이었지만, 포근한 침대와 아늑한 다이닝 룸, 그리고 햇살이 비치는 작은 문포치의 분위기에 취해 '최대한 늦게까지 누워있기'로 결정했다. 내일 아침 제공될 따뜻한 조식을 기다리며, 우리는 작은 주방에서 차를 끓여 마셨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방 안의 온기를 더했고, 찻잔의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질 때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옅은 오후의 햇살이 먼지 입자들과 함께 느릿하게 춤을 추었다. 현관에 덩그러니 놓인 운동화가 우리의 게으름을 증명하는 듯했다. 밖은 여전히 안개가 자욱했고, 가끔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더 깊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숨소리를 공유하며 2월의 겨울을 천천히 통과하고 있었다. 이 공간이 주는 고요함은 우리 사이의 침묵마저 다정한 대화로 바꾸어 놓았다.
하얀 이불 끝을 맞잡은 채, 우리는 함께 깊은 잠 속으로 고요히 머무했다.
- 근처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재배한 제철 과일을 꼭 맛보길 바라.
- 아무런 계획 없이 침대 위에서 반나절쯤 함께 뒹굴거리는 시간을 가져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