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묘리의 2월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습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건조하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서늘함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낯선 곳에 도착했다는 설렘이 차올랐다. 잡음 섞인 라디오 음악을 배경 삼아 도착한 곳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고구마 죽 한 그릇이었다. 숟가락을 깊게 넣어 한 입 떠 넣는 순간, 단순한 단맛을 넘어 땅의 기운이 응축된 묵직한 달콤함이 혀끝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곁들여 나온 두부루의 짭조름한 풍미가 죽의 단맛을 적절히 눌러주며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차가운 산바람에 살짝 굳어있던 몸의 긴장이 그 한 그릇의 온도로 인해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 이제 정말 쉬어도 되겠구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좋은 음식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저 따뜻하게 배를 채워주며, 지금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가장 다정하게 알려줄 뿐이다.
비단결 같은 물결과 이국적인 정적의 조화
식사를 마치고 들어선 日出溫泉渡假飯店의 '더블 스위트' 객실은 묘한 이질감과 함께 안락함을 선사했다. 대만의 깊은 산속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에는 발리풍의 이국적인 건축 양식이 펼쳐져 있었다.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짙은 갈색의 가구들과 낮게 깔린 조명, 그리고 창밖으로 겹겹이 쌓인 횡룡산의 능선이 묘하게 어우러져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간에 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방 안에는 은은한 향나무 냄새가 배어 있어 숨을 쉴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객실 내 온천탕이었다. 42도의 탄산수소염천. 물속으로 몸을 천천히 밀어 넣는 순간, 피부에 닿는 감각이 일반적인 물과는 확연히 달랐다. 약알칼리성 온천수 특유의 매끄러움이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바른 것처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뜨겁다고 느껴질 법한 온도였지만, 신기하게도 피부 겉면은 포근했고 속 근육은 서서히 이완되며 깊은 휴식 속으로 고요히 머무했다. 욕조 끝에 머리를 기대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천장의 나무 서까래 사이로 스며드는 서늘한 겨울 공기와 뜨거운 물의 온도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그 경계에 머무는 일은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채 오직 나만의 리듬에 집중하는 고요한 유희와 같았다.
나무 나막신 소리에 실어 보낸 무언의 고백
日出溫泉渡假飯店에서 세심하게 준비해둔 나무 나막신을 신었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탁, 탁' 하고 규칙적으로 울리는 나무 소리가 정적을 기분 좋게 깨웠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행복하다'거나 '너무 좋다'는 상투적인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나란히 걷는 발걸음의 속도가 어느덧 비슷해졌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야외 노천탕으로 향하는 길, 2월의 묘리 산세는 옅은 안개에 싸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수증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탕 속에 나란히 앉아,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먼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따뜻하다, 그치?" 짧은 물음에 돌아온 것은 가벼운 고개 끄덕임과 함께 건네받은 따뜻한 차 한 잔이었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온기가 차가운 뺨에 닿았고, 상대의 어깨에 살짝 맞닿은 내 팔의 온도가 적당했다. 거창한 약속이나 다짐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온도, 이 습도,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말보다 깊은 이해의 시간을 공유했다.
안개 낀 산등성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묘리 시내의 강기구기에서 70년 전통의 훈툰과 육원을 꼭 맛보길 권한다.
- 日出溫泉渡假飯店의 탄산수소염천 노천탕에서 서늘한 공기를 맞으며 반신욕을 즐겨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