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出溫泉渡假飯店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낯선 야자수 숲이었다. 대만의 깊은 산속에서 발리풍의 이국적인 건축물을 마주하는 일은 기분 좋은 위화감을 준다. 6월의 묘리는 눅눅한 습기를 머금어 공기가 무거웠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미지근한 숨결처럼 끈적였다. 호텔에서 제공한 나무 신발을 신자 딱딱한 바닥이 발바닥에 닿는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복도를 걷는 규칙적인 소리가 정적을 메웠다. '지금 우리는 어느 정도의 거리로 걷고 있을까.' 서로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넓은 가족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은은한 아로마 향이 코끝을 스쳤고, 창밖으로는 짙은 녹색의 산들이 겹겹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잠시 침묵했다. 그 고요함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내심 안도했다.
미온수와 소나기가 빚어낸 오후의 여백
1층의 대중탕은 뜨겁기보다 미지근했다. 마치 본격적인 온천을 즐기기 전 몸을 데우는 전채 요리 같은 온도였다. 물결이 피부를 부드럽게 스치는 감각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졌다. 지붕을 때리는 타닥타닥 빗소리가 탕 안까지 밀려들어 왔다. 빗물에 씻겨 내려온 짙은 흙내음과 풀비린내가 습한 공기를 타고 섞여 들었다. "비 오네." "그러게." 짧은 대화였지만 그 사이로 묘한 안도감이 흘렀다. 억지로 말을 이어가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침묵. 빗소리가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지워버린 덕분에, 우리는 오직 서로의 숨소리와 물의 일렁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젖은 산의 색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이 무용한 시간이 주는 평온함이 꽤 괜찮다고 느꼈다.
별빛의 온도로 맞춘 밤의 리듬
밤이 깊어지자 우리는 2층 스파로 자리를 옮겼다. 1층과는 전혀 다른, 피부를 찌릿하게 만드는 뜨거운 온도가 우리를 감쌌다. 강한 수압의 스파 제트가 어깨와 등을 때릴 때마다 뭉쳐 있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고, 몸의 모든 감각이 이완되었다. 탕 밖으로 나오자 밤하늘에는 보석을 뿌려놓은 듯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산속의 밤은 도시보다 깊고 고요해, 작은 속삭임조차 선명하게 들렸다. 야외 라운지 의자에 나란히 누워 차가운 밤공기가 젖은 피부를 스치는 서늘함을 느꼈지만, 몸속 깊이 남은 온기가 그것을 다정하게 상쇄했다. 살짝 맞닿은 손등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마치 온천수의 온도와 닮아 있었다. 누군가에게 힘내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이렇게 적당한 온도의 물속에 함께 누워 있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더 이상 보폭을 맞추려 애쓰지 않고, 같은 리듬으로 숨을 쉬었다.
비단 같은 피부와 달큰한 아침의 기억
이곳의 온천수는 탄산수소나트륨이 풍부한 이른바 미인탕이다. 탕에서 나와 피부를 만져보니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덧바른 듯 매끄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42도의 온천수가 남긴 온기가 피부 위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마주한 고구마죽은 달큰한 위로였다. 짭조름한 두부루를 곁들이니 담백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식사 후 다시 걸은 日出溫泉渡假飯店의 정원은 어제의 소나기 덕분에 더욱 선명한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문수이 계곡의 물소리가 마음의 소란을 잠재웠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이 적당한 온도와 거리감이 주는 평온함이 좋았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지금처럼 말없이 서로의 옆자리를 지킬 것 같았다.
창가에 나란히 놓인 나무 신발 두 켤레.
- 달큰한 고구마죽과 담백한 두부루가 어우러진 조식 메뉴를 천천히 음미해보세요.
- 2층 스파의 강한 수압으로 피로를 풀고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감상해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