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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가방의 소란과 낯선 공기의 환대

차 문이 열리자마자 11월 묘리의 서늘한 산 공기가 훅 끼쳐왔다. 젖은 흙 내음과 섞인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는 일은 언제나처럼 전쟁 같았다. "아빠, 빨리!" 첫째는 이미 로비의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을 뺏겨 앞서 달려나갔고, 둘째는 갑자기 차 안에서 내리기 싫다며 칭얼거렸다. 아내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지만, 나 역시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日出溫泉渡假飯店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묘한 위화감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대만 묘리의 깊은 산세 속에 발리풍의 건축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야자수 잎이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와 이국적인 조각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현실 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쾌적함을 주었다. 체크인을 하며 제공받은 나무 신발을 신자, 딱딱한 바닥에 닿는 '탁, 탁' 하는 둔탁한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아이들은 그 소리가 재미있는지 일부러 발을 세게 구르며 행진했다. 짐 가방 네 개와 아이들의 소란함이 뒤섞인 아수라장이었지만, 그 소음이야말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가장 정직한 신호였다.

아이들의 눈으로 발견한 미끄러운 비밀

아이들은 계획된 일정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방 안에 놓인 거대한 욕조와 창밖으로 펼쳐진 겹겹의 산 능선이었다.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 아이들이 전력 질주해도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한참 뒤에나 들릴 정도였다. 특히 이곳의 탄산수소염천은 마법 같았다. 물에 몸을 담그자 피부 위에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듯한 미끄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아빠, 내 팔이 미끄럼틀 같아!" 둘째가 까르르 웃으며 자신의 팔을 문질렀다. 노천탕으로 나갔을 때, 예상치 못한 손님과 마주쳤다. 나무 울타리 너머로 원숭이 한 마리가 무심한 눈빛으로 우리를 관조하고 있었다. 첫째는 숨을 죽인 채 그 신비로운 시선을 마주했고, 둘째는 원숭이 흉내를 내며 물을 튀겼다. 원숭이는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한 번 크게 하고는 짙은 초록빛 숲속으로 사라졌다. 42도의 뜨거운 물속에서 콧등을 스치는 서늘한 11월의 바람.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하는 그 감각 속에서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리조트 내의 여러 수영장과 스파 센터를 다 둘러보지 못했어도, 이 작은 발견들만으로 충분했다.

정적이 내려앉은 밤, 오직 우리만의 온도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졌다. 넓은 침대 위에 서로 엉켜 잠든 아이들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이제야 비로소 어른들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우리는 다시 日出溫泉渡假飯店의 노천탕으로 향했다. 밤의 탕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변은 짙은 남색 어둠에 잠겼고, 하늘에는 보석을 뿌려놓은 듯 별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오직 물 흐르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우는 시간. 뜨거운 물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가만히 누웠다. 귀까지 물에 잠기자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오직 내 심장 박동 소리만이 웅웅거리며 들려왔다. 11월의 밤공기는 더욱 날카로워졌지만, 몸을 감싼 물의 온도는 더없이 다정했다. 아내와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란히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잘 왔다, 그치?"라는 짧은 속삭임이면 충분했다. 욕조에서 나와 젖은 몸으로 방에 돌아왔을 때, 은은한 나무 향기와 포근한 조명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무 신발을 벗으며 남기는 온기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렇게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이제는 떠나기 싫다며 옷자락을 붙잡았다. 첫째는 원숭이를 다시 보고 싶어 했고, 둘째는 미끄러운 물속에서 더 놀고 싶다며 칭얼거렸다. 짐을 챙기는 손길이 평소보다 느려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빽빽한 일정 속에 나를 밀어 넣어야 하겠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피부 위에 얇은 막처럼 남아 있었다. 탄산수소염천의 그 미끄러운 감각처럼, 삶의 거친 모서리들을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어줄 것 같은 기분. 호텔 문을 나서며 신었던 나무 신발을 반납했다. 신발 바닥에 묻은 약간의 물기와 흙,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백미러로 멀어지는 리조트의 풍경을 보며, 우리는 각자의 마음속에 작은 온천 하나를 품고 돌아왔다.

  • 11월의 서늘한 날씨에는 호텔 조식으로 제공되는 따뜻한 두부 요리와 지구죽을 꼭 챙겨 드시길 권합니다. 속이 편안해집니다.
  • 노천탕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이용해 보세요. 산속의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물의 대비가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