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 나막신. 투박하고 딱딱한 나무의 질감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복도의 매끄러운 바닥과 부딪힐 때마다 '딸각딸각' 울려 퍼지던 건조한 소음. 서로의 보폭을 맞추지 못해 엇갈리던 서툰 발걸음과, 누군가 발가락을 찧어 비명을 지르다 결국 헛웃음을 터뜨리던 그 찰나의 소동을 기억한다.
2. 탄산수소염천. 피부 위에 얇은 비단 한 겹을 덧씌운 듯 미끄럽고 매끄러운 촉감. 투명한 물결 아래로 서로의 발가락을 간지럽히며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내기하던 낄낄거림. 516호실의 반야외 욕조에서 진짜 원숭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누가 더 원숭이 같은지"를 두고 진지하게 논쟁하던 우리의 유치함을 기억한다.
3. 고구마 죽. 아침 식탁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던 달큰하고 구수한 김. 잠이 덜 깨 멍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천천히 젓던 무기력한 손길. 곁들인 두부루의 짭조름한 풍미가 혀끝에 닿을 때쯤, 비로소 우리가 깨어났음을 알렸던 그 나른하고 평화로운 아침의 정적을 기억한다.
4. 발리풍의 뾰족한 지붕. 묘리의 깊은 산세와 묘하게 어우러진 이국적인 곡선과 짙은 나무색. 야외 라운지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10월의 시린 듯 맑은 하늘을 보며 "인생은 원래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게 정답이야"라고 중얼거리던 우리의 게으른 철학을 기억한다.
5. 하얀 호텔 침대. 몸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내며 깊숙이 파묻히는 솜사탕 같은 포근함. 온천욕 후 완전히 방전되어, 누가 먼저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엉켜 붙어 있던 무방비한 상태. 코를 고는 소리가 일정한 리듬처럼 들릴 때까지 계속되었던, 세상에서 가장 안온했던 우리의 휴식을 기억한다.
만약 이 공간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아마 이곳의 가구와 벽들은 우리를 '예고 없이 들이닥친 소란스러운 침입자들'이라고 정의했을 것이다. 10월의 묘리는 정말이지 다정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평균 25도의 공기는 굳이 외투를 챙길 필요가 없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웬수이 계곡의 물소리가 낮은 저음의 베이스처럼 깔리는 日出溫泉渡假飯店의 숲속에서, 우리는 대단한 여행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았다. 가이드북은 가방 속에서 그저 묵직한 짐이었을 뿐, 단 한 페이지도 펼치지 않았다.
그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서로의 얼굴에 튄 물방울을 보며 아이처럼 낄낄거렸다. 탄산수소염천의 미끄러운 물결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일상의 끈적한 고민들이 산속의 물살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진짜 잘 살고 있는 걸까?" 같은 무거운 질문 대신, "야, 너 진짜 원숭이 같다!"라는 실없는 농담이 오갔다. 굳이 힘내자는 말은 필요 없었다. 그저 좋은 물에 들어와 있고, 내 옆에 나만큼이나 멍청하고 편안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2층 SPA 센터의 강한 물줄기가 뭉친 어깨를 때릴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아주 제대로 쉬고 있음을 느꼈다. 체크아웃을 하며 우리가 나눈 마지막 대화는 "다음에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이 아니라, "아, 진짜 5분만 더 누워있고 싶다"는 솔직한 탄식이었다. 그것이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정직하고도 만족스러운 결론이었다.
수건에 남은 은은한 산바람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 피부가 비단처럼 매끄러워지는 미인탕의 촉감을 꼭 경험해볼 것.
-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고구마 죽과 두부루의 달콤 짭조름한 조합을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