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물 온도 괜찮아?"
"응, 딱 좋아."
"정말?"
"응. 정말 딱 좋아."
우리는 서로를 보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지는 않았지만,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어깨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상대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보였고, 그 모호함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느슨해진 단추 사이로 스며든 온기
5월의 묘리는 눅눅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공기는 무거웠고, 멀리서 천둥소리가 낮게 깔리며 비 오기 전 특유의 비릿하고 서늘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습도가 높았지만 싫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젖어있는 풍경이 우리 사이의 서먹함을 적당히 덮어주는 투명한 막처럼 느껴졌다.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의 객실로 들어서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 바닥이 발걸음마다 삐걱거리며 낮은 노래를 불렀다. 그 투박함이 오히려 마음을 무장 해제시켰다. 우리는 무거운 외투의 단추를 하나씩 푸는 기분으로 짐을 풀었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관계의 긴장이 느슨해지는 순간, 그 틈으로 온천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호텔 정원을 걷다 보면 빗방울을 머금은 이름 모를 풀꽃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곳곳에 배치된 조형 예술품들이 빗물에 젖어 짙은 색채를 띠며 정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주인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는 과하지 않아 편안했다. 우리는 그 다정함에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다시 우리만의 고요한 침묵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곳의 온천은 피부에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듯 미끄러운 촉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강한 수압의 스파 제트가 뭉친 근육을 파고들 때면, 몸속 깊은 곳까지 온기가 전달되며 묵직한 피로와 함께 마음의 응어리까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78퍼센트의 습도와 27도의 기온, 그리고 적당히 뜨거운 물. 이 조합이면 충분했다. 욕조의 물결이 찰랑거릴 때마다 피부에 닿는 온도가 미묘하게 변했고, 그 무용한 온도 차이를 느끼며 손가락 끝을 천천히 움직였다. 아무런 목적 없는 움직임이었지만, 그 무용함이 주는 쾌적함이 우리 사이의 공백을 메워주었다.
저녁에는 근처 식당에서 훈툰을 먹었다. 얇은 피 속에 갇힌 육즙과 진한 국물 맛이 혀끝에 정직하게 닿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한 그 맛은 마치 우리의 대화 같았다. "나쁘지 않네." "응, 좋았어." 과장된 감탄사는 없었지만, 그 담백한 긍정이 우리에게는 더 절실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몸을 담그자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었다. 옅은 조명 아래 수증기가 몽환적으로 피어올랐고, 젖은 공기와 따뜻한 물,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하나로 섞였다.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미끄러운 물결을 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갔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툭, 떨어졌다.
- 공관 교차로 근처에서 따뜻한 훈툰 한 그릇 같이 먹자.
- 방 안에 있는 전용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냥 누워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