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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 김 서린 창가와 아이들의 소란함

"아빠, 온천수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둘째의 엉뚱한 질문이 식탁 위에 툭 떨어졌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땅속 아주 깊은 곳에서 뜨겁게 끓어오른다고 답했다. 과학적인 정답인지보다는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줄 적당한 상상력이 중요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는 앞에 놓인 찐빵을 빤히 쳐다보았다.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의 아침 식사는 화려한 성찬은 아니지만, 갓 지은 밥의 구수한 내음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아이들은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서로의 옷에 잼을 묻히며 작은 전쟁을 치렀고, 식당 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릇 부딪히는 소리로 가득 찼다.

주변 테이블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누군가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부모는 서둘러 입가를 닦아내며 달래기에 바빴다. 예전 같았으면 피곤하게 느껴졌을 이 소란함이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 생동감 넘치는 풍경의 일부라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다. 3월의 공기는 적당히 서늘해, 손바닥에 닿는 따뜻한 찻잔의 온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얇은 가디건 하나면 충분한 날씨.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자, 눅눅한 흙 내음과 이름 모를 풀꽃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특별한 계획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아침이었다.

14:00, 비단결 같은 물결과 달콤한 낮잠

호텔 내 어린이 물놀이 구역은 작은 천국 같았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의 비명 섞인 웃음소리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아이들은 옷이 젖는 것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총 싸움이 시작되자 사방으로 물방울이 튀어 올랐고, 햇볕을 받은 그 궤적이 마치 느린 화면처럼 반짝였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곳의 물은 '미인탕'이라 불리는 온천수인데, 피부에 닿는 느낌이 무척 독특했다. 단순한 물이 아니라 아주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것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물놀이를 마친 아이들은 완전히 방전되어 버렸다. 젖은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꼭 어린 펭귄 같아 웃음이 났다. 객실로 돌아오는 길, 정원 곳곳에 설치된 조형 예술품들을 구경하며 걷는 산책로는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로 다이빙했다. 바스락거리는 시트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해갔다. 바닥의 일부가 약간 꺼져 있는 느낌이 났지만, 그것이 오히려 오래된 집이 주는 익숙한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세월의 흔적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쉼을 얻었다는 증거일 테니까. 우리는 잠시 천장의 무늬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졌다. 그 무용함이 주는 평온함이 무엇보다 달콤했다.

19:00, 붉은 대추의 단맛과 묘리의 밤풍경

저녁 식탁에는 이 지역의 특산물인 붉은 대추와 흑젤리가 올랐다. 붉은 대추의 진한 단맛이 혀끝에 묵직하게 남았고, 차가운 흑젤리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과하지 않은 단맛과 적당한 온도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아이들은 흑젤리의 검은색이 신기한지 숟가락으로 계속 저으며 장난을 쳤다. 식당 밖으로 펼쳐진 묘리의 밤 풍경은 고요했다. 3월의 밤바람은 여전히 서늘했지만, 따뜻한 실내의 온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어 그 대비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향해 완탕을 먹었다. 얇은 피 속에 꽉 찬 고기 육즙이 입안에서 톡 터지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담백한 국물과 부드러운 면발에 아이들은 연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마치고 苗栗 山城山莊溫泉旅館으로 돌아오는 길,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이 밤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곧 있으면 오동나무 꽃이 하얗게 세상을 덮을 시기라고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지만, 다가올 풍경을 기다리는 마음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었다.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물놀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이 밤공기 속에 흩어졌다. 거창한 대화는 없었지만, 맞잡은 손의 온기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22:00, 정적 속에 잠긴 어른들만의 온천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자 방 안에는 규칙적인 숨소리만 남았다. 이제야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찾아왔다. 객실 내 전용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물 온도는 40도 정도. 발끝부터 천천히 몸을 밀어 넣었다. 차가웠던 피부가 뜨거운 물과 만나는 찰나, 온몸의 근육이 탁 풀리며 긴장이 해소되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이곳의 강력한 스파 제트 기능이 뭉친 어깨를 시원하게 자극하자, 낮 동안의 소란함이 먼 기억처럼 희미해졌다.

미인 온천수 특유의 매끄러운 질감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눈을 감으니 오직 물소리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았다. 물속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내가 물의 일부가 되어 서서히 녹아내리는 착각이 든다. 욕조 밖으로 나오니 피부가 보들보들해졌고, 거울 속의 내 얼굴은 기분 좋게 상기되어 있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내일은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의 떼를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여유가 생겼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눕자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이 기분 좋게 살결에 닿았다. 여행이란 결국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의 평범함 속에서 나를 되찾는 과정일 것이다.

아이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나던 은은한 온천수 냄새가 여전히 곁에 머물러 있었다.

  • 객실 내 전용 욕조를 최대한 활용하세요. 아이들을 재운 뒤 즐기는 밤 온천이 이 여행의 정점입니다.
  • 호텔 근처의 완탕 맛집을 방문해 보세요. 얇은 피의 식감이 일품이며 아이들의 입맛에도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