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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의 결, 온기의 층

구겨진 지도를 조심스럽게 펴는 마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섰다. 苗栗大湖石風溫泉渡假城堡/下午茶/庭園景觀餐廳/草莓雪花冰/民宿/住宿의 객실은 압도될 만큼 넓었고, 발끝에 닿는 고무 슬리퍼의 말랑한 촉감이 낯선 긴장을 조금씩 걷어내 주었다. 시선이 먼저 닿은 곳은 다다미 바닥 위로 길게 드리워진 오후의 햇살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성곽의 거친 돌벽은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듯 묵직했지만, 그 위로 내려앉은 4월의 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욕조에 물을 채우자 옅은 유황 내음이 섞인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을 때, 피부 위로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것 같은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적당한 온도의 물결 속에서 옆에 앉은 이의 고요한 숨소리를 들었다.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그 적막은 오히려 밀도 높은 위로가 되어 우리 사이를 채웠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세상은 온통 하얀색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길가에 흐드러진 통화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내 어깨와 머리카락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당신은 그걸 떼어내 주려다 찰나의 순간 멈칫했고, 나는 그 짧은 망설임 속에 담긴 조심스러운 애정을 읽었다. 방에 들어와 넓은 침대 끝에 걸터앉았을 때, 나는 당신이 이 낯선 공간의 공기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궁금해 가만히 살폈다. 당신은 창밖의 정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당신의 뒷모습을 하나의 풍경처럼 눈에 담았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당신의 손끝이 내 손등에 아주 살짝 스쳤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물속에서 맞닿은 온기는 그 어떤 고백보다 선명했다. 혹시 내가 너무 서두르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마저 당신의 편안한 표정 앞에서 이내 녹아내렸다.

붉은 빛으로 새긴 찰나의 기억

정원 경관 레스토랑의 테라스에 앉아 딸기 눈꽃빙수를 주문했다. 묘리 대호의 딸기는 유난히 색이 짙어, 투명한 유리그릇 속에 담긴 붉은 시럽과 순백의 얼음이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그때 가벼운 바람이 불어와 하얀 통화 꽃잎 하나가 빙수 위로 툭 떨어졌다. 선명한 빨간색 위에 내려앉은 작은 하얀 점. 우리는 동시에 그 장면을 발견하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숟가락으로 얼음을 떠먹자 차가운 감각이 혀끝을 지나 목구멍까지 빠르게 내려갔고, 설탕의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진하고 농밀한 딸기 우유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차가운 빙수와 뺨을 간지럽히는 따뜻한 봄바람, 그리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우리.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그 붉은 빙수 하나를 나눠 먹던 시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기억의 닻이 되었다.

창밖의 하얀 꽃잎들이 조금 더 짙은 그리움처럼 흩날렸다.

  • 4월 중순에서 5월 초 사이, 통화 꽃이 만개하여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시기에 방문하시길 추천합니다.
  • 가든 레스토랑에서 제철 딸기의 진한 풍미가 살아있는 눈꽃빙수를 꼭 함께 나누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