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가 지도를 거꾸로 들고 있었다. 苗栗大湖石風溫泉渡假城堡의 웅장한 정문 앞에 이미 서 있었는데도, 그는 북쪽이 어디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와 함께 그의 미간이 찌푸려질 때마다 우리는 돕는 대신 그 모습이 웃겨서 한참을 쳐다봤다. 겨울 햇살은 건조했고, 공기 중에는 옅은 흙내음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그냥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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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빙수가 나왔다. 진한 붉은색 시럽이 하얀 얼음 위로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한 입 떠먹자 찌릿한 냉기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12월의 서늘한 공기와 입안의 얼음이 충돌하며 뇌까지 얼려버릴 것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묘한 조합이었지만 좋았다. 빙수는 우리가 나누는 시시한 대화보다 훨씬 빠르게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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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뜬금없이 정장에 구두를 신고 나타났다. 성곽 호텔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맞추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 우리는 그가 마치 길을 잃은 웨이터 같다고 일침을 날렸다. "야, 너 여기서 서빙해도 되겠다." 그는 기분이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로비의 높은 천장과 웅장한 구조를 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턱을 치켜세웠다. 그 뻔뻔한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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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곽 안에서 '귀족 놀이'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한 일은 넓은 침대에 엎드려 편의점에서 사 온 짭조름한 과자를 나눠 먹는 것이었다. 화려한 외관과 대조되는 우리의 초라한 간식 시간. "이게 진짜 귀족의 삶이지." 누군가 툭 던진 말에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부조리함이 우리를 더 즐겁게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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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물은 뜨거웠고 피부에 닿는 감촉은 미끄러웠다. 마치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것 같은 매끄러움이었다. 반쯤 열린 야외 욕조 너머로 12월의 찬 바람이 피부 끝에 닿았다가, 다시 뜨거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몸의 모든 긴장이 느슨하게 풀렸다. 충분했다. 더 바랄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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苗栗大湖石風溫泉渡假城堡의 방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침대에서 창가까지 걸어가는 데 몇 초가 걸렸고, 그 짧은 거리조차 우리는 느릿하게 걸었다. 일본식 인테리어 특유의 은은한 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다. 겨울 햇살이 카펫 위에 길게 누워 있었고, 나는 그 햇살의 온도를 가만히 관찰했다. 먼지가 빛을 타고 천천히 유영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적막함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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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걷다가 이상하게 생긴 돌 하나를 발견했다. 누군가 일부러 놓아둔 것인지, 원래 거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투박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 돌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지 10분 동안 진지하게 토론했다. "이건 딱 감자같이 생겼어." 결국 '감자돌'이라고 정했다. 별것 아닌 일에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 여행의 진짜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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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고, 성취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이번 여행은 완벽했다고. 12월의 묘리는 적당히 건조했고, 우리는 적당히 행복했다.
햇살이 머물다 간 빈 카펫 위에 발자국만 남았다.
- 딸기 빙수는 무조건 1인 1그릇, 녹기 전에 빨리 먹는 게 정답이야.
- 온천 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넓은 침대에 대자로 눕는 걸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