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가 묘리의 굽이진 산길을 따라 느릿하게 달려 泰安湯悅溫泉會館 앞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마자 눅눅한 흙 내음과 서늘한 숲의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냉장고 속에 오래 보관했던 공기처럼 차갑고 맑은 기운이었다. 아이들은 내리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와, 천장이 진짜 높아!" 첫째의 외침이 높은 천장에 부딪혀 웅장한 메아리로 돌아왔고, 둘째는 카펫의 기하학적 무늬를 따라 엉금엉금 기어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 한구석에 층층이 쌓인 세 개의 커다란 가방은 마치 묘리의 작은 산맥 같았다. 아내는 가방 위에서 굴러떨어질 뻔한 아이의 모자를 낚아채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소란함조차 여행의 일부였다. 직원들의 나긋나긋하고 친절한 환대가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우리는 비로소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았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하얀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푹신한 침구 속에 아이들의 작은 몸집이 파묻히는 것을 보며, 나는 이제야 진짜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숲의 숨결과 물감이 그려낸 우연한 무늬
계획된 일정 따위는 없었다. 그저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발길을 옮기다 발견한 것은 숲속에 숨겨진 야외 노천탕이었다. 9월의 공기는 제법 쌀쌀했지만, 탕 속의 물은 갓 구운 빵처럼 따스했다. 피부에 닿는 물의 감촉은 매끄러운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부드러웠고,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미끈거림이 손가락 사이사이에 기분 좋게 남았다. 수압 마사지 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물줄기가 아이들의 등을 때릴 때마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숲의 정적을 깨웠다. 공중에서 흩어진 물방울들이 아이들의 콧등에 내려앉아 보석처럼 빛났다.
오후에는 표칠 종이부채 만들기 체험에 몰두했다. 물 위에 물감을 떨어뜨려 무늬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둘째는 파란색과 노란색 물감을 섞어 정체 모를 소용돌이를 만들더니 "이건 내 비밀 지도야!"라고 속삭였다. 첫째는 아주 조심스럽게 점을 찍으며 자신만의 우주를 그려나갔다. 물결을 따라 무작위로 퍼지는 색상들이 부채 위에 내려앉는 모습은 마치 묘리의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 같았다. 곁들여 나온 베이커리 간식의 달콤한 버터 향이 작업실 안에 가득 찼고, 갓 구운 빵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입가에 크림을 묻힌 채 부채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무용한 짓이었지만, 그 무용함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이 우리 가족의 시간을 가득 채웠다.
고요한 숨소리만이 방 안을 채우는 시간
밤이 깊자 온천욕과 부채 만들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아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잠들었다. 방 안에는 오직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시계추처럼 일정하게 흘렀다. 나는 창가에 기대어 泰安湯悅溫泉會館 너머로 펼쳐진 묘리의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짙은 어둠 속에 잠긴 산맥 사이로 풀벌레 소리가 낮게 깔리며 적막을 메웠다. 아내와 나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덧 편안한 침묵에 잠겼다.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자, 낮에 느꼈던 그 매끄러운 촉감이 다시금 발가락 사이를 메웠다. 원목 증기실에서 배어 나온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고,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복잡한 생각들은 뜨거운 수증기와 함께 천장으로 흩어졌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탁자 위에는 아이들이 만든,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부채가 놓여 있었다. 내일이면 그 무늬들이 완전히 고정될 것이다. 삶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고정된다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포근한 이불의 무게와 적당한 실내 온도,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온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다시 짐을 꾸리며 마음속에 담아가는 것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둘째는 호텔 정문의 묵직한 나무 기둥을 만지며 "더 있고 싶어"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나 역시 이 정적인 공기를 떠나기 싫어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짐 가방을 쌌다. 올 때보다 조금 더 무거워진 가방 속에는 아이들이 만든 부채와 작은 추억들이 묵직하게 담겼다. 셔틀버스에 오르기 전, 숲에 둘러싸인 하얀 건물이 아침 햇살을 받아 차분하게 빛나고 있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특별한 깨달음은 없었지만, 돌아가는 길에 마주한 묘리의 산세가 어제보다 훨씬 다정해 보였다. 다시 올 이유가 충분한, 참 좋은 여행이었다.
- 고속철도 연계 티켓을 이용해 묘리역에서 이동하면 편리하며, 셔틀 서비스는 반드시 사전에 예약하시길 바랍니다.
- 인근 식당에서 맛보는 얇은 피의 훈툰은 진한 육수가 일품이니 꼭 한 번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