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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 붉은 벽돌 마당에 내려앉은 아침

코끝을 스치는 12월의 공기는 바삭할 정도로 건조했다. 기온은 18도 정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서늘함이 피부를 기분 좋게 자극했다. 맨발에 닿는 붉은 벽돌의 매끄럽고 단단한 감촉이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졌다. 오래된 삼합원 가옥의 마당은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닿은 듯 정갈했다. 아침 식사로 준비된 뜨끈한 죽이 테이블 위에 놓이자,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맞은편에 앉은 남편의 얼굴을 잠시 가렸다. 그 찰나의 가림이 마치 작은 커튼처럼 느껴져 웃음이 났다. 둘째는 죽 속에 든 작은 채소 조각들을 보며 갑자기 보물찾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첫째는 그런 동생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면서도, 정작 제 몫의 죽을 야무지게 떠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화려한 조식 뷔페는 없었지만, 소박한 죽 한 그릇과 정갈한 밑반찬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졌다. 마당 너머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낮은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우리는 특별한 대화 없이 그저 함께 씹고 삼키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아침이었다.

14:00, 서로 다른 온도가 공존하는 휴식

짐을 풀고 들어선 内之島旅宿의 객실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101호는 노출 콘크리트와 철제가 어우러진 공업풍의 건조한 멋이 있었고, 104호는 나무의 온기가 느껴지는 발리풍의 느긋함이 깃들어 있었다. 서로 다른 성격의 공간들이 한 지붕 아래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 가족의 서로 다른 개성이 모여 하나의 집을 이루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삼성 65인치 텔레비전의 매끄러운 화면 위로 아이들의 들뜬 얼굴이 비쳤고, 에어컨이 내뿜는 쾌적하고 서늘한 바람이 방 안의 공기를 정돈했다. 첫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묵직하게 몸을 받아내는 매트리스의 포근함에 취했는지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욕실의 타일은 적당히 차가웠고, 수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정직하고 힘찼다. 어느덧 몸의 경계를 지우는 따스한 낮잠 시간이 찾아왔다. 거실에서 스위치 게임기에 매달려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의 소음조차도, 소파 깊숙이 파묻힌 나에게는 평화로운 백색소음처럼 들렸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쁘지 않은 오후였다.

19:00, 보글거리는 훠궈와 소란스러운 행복

저녁 식사의 주인공은 훠궈였다. 커다란 냄비 속에서 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진하고 알싸한 향기가 거실 전체를 포근하게 감쌌다. 75인치 대형 텔레비전에서는 의미 없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 누구의 시선도 화면에 머물지 않았다. 모두의 우주는 오직 냄비 속의 붉은 국물에 집중되어 있었다. 둘째가 젓가락으로 고기를 건져 올리려다 놓치자, 옆에서 지켜보던 첫째가 혀를 차며 툭 던지듯 대신 건져주었다.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챙겨주는 그 익숙한 다정함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손끝에 머무는 뜨거운 온도의 무게가 기분 좋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식사 후에는 노래방 기계 앞에 모여 앉아 노래 몇 곡을 불렀다. 음정은 엉망이었고 박자는 제각각이었지만, 거실을 가득 채운 그 무질서한 소란스러움이 오히려 팽팽했던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마작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찻잎 향기가 소란함을 적절히 눌러주며 균형을 잡았다. 거창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함께 둘러앉아 뜨거운 국물을 나눠 먹는 행위만으로도 가족이라는 이름의 유대감이 더욱 단단해졌다.

22:00, 정적이 내려앉은 삼합원의 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뒤, 内之島旅宿에는 비로소 완전한 고요가 찾아왔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적막했다. 마당으로 나가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12월의 묘리 밤하늘은 낮보다 더 선명했고, 쏟아질 듯한 별들이 붉은 벽돌 마당 위로 내려앉았다. 멀리 백사둔 역 쪽에서 간간이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와 이곳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곳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남편과 나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단한 인생의 진리나 거창한 미래 계획 같은 것은 꺼내지 않았다. 그저 오늘 먹은 훠궈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아이들이 생각보다 덜 싸워서 다행이라는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붉은 벽돌 위에 길게 드리워진 밤의 그림자가 차분하게 우리를 감쌌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내라는 응원 대신, 그냥 지금 이 상태가 충분히 좋다고 말했다. 억지로 무언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이미 가득 차 있는 밤이었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온기 속에서 천천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붉은 벽돌 마당에 남겨진 아이들의 작은 발자국이 보였다.

  • 백사둔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라 가벼운 산책으로 마을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 가족 단위라면 훠궈 일박이식 패키지를 이용해 식사 고민 없이 머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