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漾月明度假文旅Hana Mizu Tsuki Hotel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다정한 인사말이 아니라 매끄러운 유리 화면의 인공지능 체크인 기기였다. 기계는 내 오늘의 기분이나 여행의 설렘 같은 것을 묻지 않았고, 나는 그 건조하고 무심한 태도가 꽤 마음에 들었다. 로비 한쪽에서는 작은 로봇 청소기가 정해진 궤도를 성실하게 돌고 있었다. 집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근면함이었다. 마치 이 고요한 공간의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파수꾼처럼 보였다. 우리는 서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그저 기계가 뱉어낸 카드 키를 받아 들었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우리는 이미 이곳의 정적에 동화되고 있었다.
방으로 향하는 길에 12월의 묘리 공기를 깊게 들이켰다. 섭씨 18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온도였다. 공기는 건조해서 피부에 닿는 느낌이 가벼웠고,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마른 풀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일신섬으로 향하는 길은 평탄했다. 타이어가 지면을 긁는 규칙적인 마찰음이 귓가를 스쳤고, 우리는 그 리듬에 맞춰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이 정신을 맑게 깨웠다.
명덕 저수지의 물빛은 짙은 청색이었다. 겨울의 물은 여름보다 더 깊은 침묵을 머금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신섬까지 걷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좋다'고 말하려다 멈춘 것 같은 찰나의 정적이 흘렀지만,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호수 위로 낮게 깔린 햇살이 잘게 부서지며 은빛 윤슬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 반짝임이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서 있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다만 바람이 불었고, 우리는 외투 깃을 세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오후였다.
오후 11시, 호수가 검은 거울이 되어 잠들 때
방 안의 조명을 낮추자 창밖의 명덕 저수지가 거대한 검은 거울처럼 변했다. 경계가 사라진 하늘과 물이 하나로 섞여, 어디까지가 수면이고 어디부터가 밤하늘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객실에 마련된 넓은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았다. 쏴아 하는 물줄기가 욕조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방 안의 적막을 부드럽게 채워주었다. 물속으로 몸을 천천히 밀어 넣었을 때, 피부에 닿는 뜨거운 온기가 뼛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김이 서린 창문에 손가락으로 의미 없는 선을 그었다. 선은 금방 눈물처럼 흘러내려 사라졌지만, 그 덧없음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저녁으로 제공된 음식들은 자극적이지 않았다. 묘리 지역의 소박한 풍미가 묻어나는 정갈한 맛이었다. 우리는 접시 위의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얼마나 적은 계획을 세웠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계획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지?" 나의 물음에 상대는 그저 옅은 미소로 답했다. 무용한 시간이 흐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즐거운 사치였다. 水漾月明度假文旅Hana Mizu Tsuki Hotel의 공간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허락해 주었다.
씻고 나와 일식 스타일의 포근한 침구 위에 몸을 뉘었다. 빳빳하게 말려진 면 시트의 감촉과 희미한 세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으니, 낮에 보았던 로봇 청소기의 성실한 움직임이 떠올랐다. 나는 그 로봇보다 훨씬 게으르게, 그리고 훨씬 밀도 있게 이 시간을 누리고 있었다. 옆에 누운 사람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지도, 사랑한다고 속삭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체온만으로도 우리는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묘리의 겨울밤은 깊었고, 방 안은 더없이 포근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저 호수를 보게 될 것이다. 아마 그때도 우리는 별말 없이 함께 걷게 될 것이다. 나쁘지 않은 예감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란히 누워 듣던, 아주 느린 호흡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