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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허기를 부른 어느 다정한 제안

9월의 공기는 미지근한 습기를 머금은 채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맞이한 28도의 바람은 서늘함과 후끈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자전거 축제라는 이름의 소란함 속에서 우리는 적당히 지쳤고, 또 그만큼 적당히 허기졌다. 돌아오는 길, 오래된 간판이 빛바랜 강기구기 앞에 멈춰 섰을 때 누군가 나지막이 배가 고프다고 중얼거렸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육원과 완탕을 포장했다. 비닐봉지 너머로 배어 나오는 육원의 달큰하고 짭조름한 소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며 잠들어 있던 식욕을 깨웠다. 묘리역에서 조금 떨어진 고요한 골목, 낡은 유리문에 '신흥대여관'이라는 투박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오래된 열쇠를 돌려 묵직한 문을 여는 것처럼, 우리는 그 투박한 입구를 지나 70년이라는 시간이 켜켜이 쌓인 新興大旅社의 품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오래된 나무의 향취와 낮은 조명이 우리를 반겼다.

쫀득한 육원과 함께 나누는 낮은 목소리들

"와, 여기 바닥 진짜 차갑다. 꼭 얼음판 위에 앉은 것 같아."

친구 하나가 매끄러운 테라조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외쳤다. 나 역시 그 옆에 자리를 잡자, 서늘한 돌의 촉감이 얇은 바지를 뚫고 전해져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비닐봉지를 풀어헤쳐 육원과 완탕을 펼쳐 놓았다. 쫀득한 피를 한 입 베어 물자, 죽순의 달큰한 맛이 혀끝에서 춤을 췄다. 묘리 특유의 그 묘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렸다.

"근데 이런 낡은 곳에서 자는 거, 너희는 안 불안해? 왠지 벽 너머에서 누가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아."

"불안하긴. 사장님이 벽에 걸린 옛날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곳의 전생과 현생을 들려주실 때 그 눈빛 못 봤어? 로빠라고 부르라며 웃으시던 그 인자함이 이 집의 진짜 정체성이라니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낄낄거렸다. 완탕의 얇은 피가 입술에 닿는 느낌은 매끄러웠고, 국물은 이미 조금 식어 있었지만 그래서 더 정직하고 깊은 맛이 났다. 화려한 호텔의 조식 뷔페보다, 이 낡은 방 안에서 비닐봉지째 덜어 먹는 완탕이 우리에겐 더 적절한 성찬처럼 느껴졌다.

"근데 이 샴푸, 생각보다 괜찮은데? 머릿결이 정말 부드러워졌어."

일회용품이 아니라고 안내받은 어메니티를 쓴 친구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했다. 우리는 그 사소한 발견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대단한 인생의 진리나 철학적인 담론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육원이 얼마나 쫀득한지, 이 방의 에어컨 소리가 얼마나 일정한 리듬으로 흐르는지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소함이야말로 우리가 이 여행에서 찾던 진짜 평온함이었다.

그릇이 비워진 뒤 찾아온 투명한 정적

음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옅은 소스 자국과 함께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추고 각자의 침대에 몸을 눕혔다. 낡은 철제 계단을 오를 때 났던 삐걱거리는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욕실의 낡은 모자이크 타일 욕조에서 풍겨 나오던 물비린내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벽에 붙은 '전국 10대 행복 숙소'라는 빛바랜 신문 스크랩이 시야에 들어왔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평소보다 훨씬 가볍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9월의 밤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천정 구조를 통해 내려오는 밤공기가 방 안의 온도를 적절하게 낮춰주어, 눅눅했던 피부가 보송하게 말라갔다. 화려한 장식도, 최신식 설비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 빈틈 덕분에 우리는 더 깊게 쉴 수 있었다. 70년의 세월이 겹겹이 쌓인 新興大旅社의 공간은 방문객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덜어내 준다. 굳이 무언가가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곳. 그냥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모든 목적을 달성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으니 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벌레 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려왔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꽤 완벽한 밤이었다.

창밖의 서늘한 바람이 얇은 커튼을 밀어내며 밤의 인사를 건넸다.

  • 강기구기의 수정교자: 투명한 피 속에 갇힌 육즙의 풍미가 일품이다.
  • 묘리역 인근 새벽 산책: 새벽 6시의 서늘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