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여전히 서로의 서툰 실수들을 떠올리며 소리 내어 웃고 있을까. 12월의 묘리, 코끝을 스치던 서늘한 공기와 낡은 호텔의 온기를 부디 잊지 말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5년 뒤에도 문득 떠오를 네 가지의 기억
철제 계단이 내뱉는 둔탁한 고동: 묘리역에서 5분 거리, 좁은 골목 끝에 닿은 新興大旅社의 철제 계단은 발을 디딜 때마다 묵직한 금속음을 냈다. "누가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하자"며 낄낄거리던 우리의 웃음소리가 그 울림과 섞여 복도 끝까지 파동처럼 퍼져나갔고, 차가운 난간의 질감은 오히려 우리의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조각난 하늘과 금빛 먼지의 춤: 1950년대의 시간이 박제된 듯한 천장, 네모나게 뚫린 틈 사이로 12월의 건조한 햇살이 수직으로 쏟아졌다. 공중에 정지한 작은 먼지들이 빛을 받아 금가루처럼 반짝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드리운 기하학적인 그림자를 가만히 응시했다. "마치 다른 차원에 온 것 같아"라고 속삭이던 너의 목소리가 햇살 속에 섞여 들었다.
세월의 무게를 담은 무심한 목소리: 60년의 역사를 지켜온 이곳의 직원은 빛바랜 신문 스크랩과 누런 사진들을 가리키며 옛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툭툭 내뱉었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섞인 그의 건조한 말투는 오히려 포근한 외투처럼 느껴졌고, 낡은 것이 주는 안도감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시간의 켜가 겹겹이 쌓인 로비의 공기는 우리를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데려다 놓는 듯했다.
안경 너머로 번지던 훈툰의 온기: 근처 식당에서 마주한 훈툰의 뜨거운 김이 안경을 하얗게 덮어 세상이 잠시 지워졌다. 얇은 만두피 속 꽉 찬 육즙과 짭조름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밖에서 몰아치던 시린 겨울바람은 어느새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득해졌다. 투명한 수정교자를 씹을 때의 쫀득한 식감과 함께, 우리는 비로소 이번 여행의 완전한 안착을 느꼈다.
5년 후, 이 기록의 봉인을 풀 때면
우리는 아마 묘리역 근처의 그 좁았던 골목길 이름이나 작은 가게들의 간판은 깨끗이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바닥에 닿던 반질반질한 테라조 바닥의 서늘한 촉감과, 욕실의 작은 모자이크 타일들이 빚어내던 묘한 색감만은 기억의 잔상으로 남을 것이다. 화려한 대리석은 없었지만, 적당히 낡고 정갈한 新興大旅社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나누었던 무용한 대화들이 문득 그리워지리라. 거창한 목적지 없이 그저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머물렀고, 잠자리가 편안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았던 시간이었다. 그 기억은 훗날 지친 일상 속에서 꺼내 볼 수 있는 작은 위로의 조각이 되어줄 것이다.
낡은 유리문에 적힌 투박한 글씨 위로 겨울 해가 저물고 있었다.
- 묘리역에서 내려 서두르지 말고, 느린 걸음으로 골목의 정취를 느끼며 호텔로 갈 것
- 강기구기에 들러 뜨끈한 훈툰과 투명한 수정교자를 꼭 함께 주문해 나누어 먹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