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기 Hotel Hillarys Shinsaibashi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다다미 향과 세월을 머금은 고목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매끄럽게 닦인 바닥 위로 아이의 작은 맨발이 닿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다다미 향과 세월을 머금은 고목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매끄럽게 닦인 바닥 위로 아이의 작은 맨발이 닿을 때마다 쫀득한 소리가 났다. "엄마, 여기 바닥이 시원해!" 아이가 폴짝거리며 남긴 작은 발자국 하나. 우리는 그 찰나의 흔적을 잠시 바라보았다. 여행의 시작은 그렇게 고요하고도 다정했다. --- Hotel Hillarys Shinsaibashi의 디럭스 더블룸, 1800밀리미터 폭의 넓은 침대는 아이들에게 거대한 운동장이었다. 시몬스 매트리스의 탄성이 아이의 작은 몸짓을 묵묵히 받아내며 리드미컬하게 출렁였다. 큰애는 그 모습이 웃기다며 낄낄거렸고, 둘째는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며 연신 방방 뛰었다. 서로의 팔꿈치가 닿지 않을 만큼의 넉넉한 거리. 그 적당한 간격이 주는 심리적 여유가 지친 어른의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주었다. --- 신사이바시역 6번 출구에서 호텔까지 걷는 3분.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7월 오사카의 습한 공기가 눅눅한 수건처럼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다시 호텔 내부로 들어와 묵직한 문이 '탁' 하고 닫히는 소리를 들었을 때,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왔다. 도시의 소음이 한 겹 걷어지고 정적이 찾아오는 그 짧은 찰나. 세상과 나 사이에 투명한 벽이 세워지는 듯한 단절감이 오히려 아늑했다. --- 텐진 마츠리의 인파 속에서 호호 불며 먹은 타코야키는 혀끝이 데일 만큼 뜨거웠다. 입천장이 조금 까졌지만, 진한 소스의 풍미와 문어의 쫄깃함이 여행의 고단함을 잊게 했다. 호텔로 돌아와 스파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자,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바른 듯 미끄러운 감촉이 온몸을 감쌌다. 하루 종일 걷느라 팽팽하게 당겨졌던 종아리 근육이 온수 속에서 천천히 녹아내렸다. 적당한 온도가 주는 위로였다. --- 아침 7시, 얇은 커튼 틈새로 스며든 햇살이 일본 전통 건축 양식의 나무 벽면에 닿아 길게 늘어졌다. 벽에 걸린 현대 미술 작품들이 그 빛을 받아 기하학적인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라는 거창한 설명보다, 지금 내 눈앞에서 천천히 각도를 바꾸는 저 그림자의 움직임이 더 흥미로웠다. 멍하니 그 빛의 유희를 바라보며, 마음속의 소음들이 하나둘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 아이들에게 유카타를 입혔다. 빳빳한 면 소재의 옷깃을 여미고 허리띠를 단단히 묶어주는 과정은 생각보다 세밀한 노동이었다. "엄마, 이거 너무 답답해!" 큰애는 옷깃이 불편하다며 투덜댔고, 둘째의 매듭은 금세 헐거워져 바닥으로 스르르 흘러내렸다. 하지만 전신 거울 앞에 나란히 선 세 아이의 모습은 꽤 근사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갈한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마음속에 남았다. ---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 함께 침대에 누웠다. ホテルヒラリーズ心斎橋의 정적 속에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만이 규칙적으로 방 안을 채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가만히 숨을 맞췄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함께 누워 서로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완벽한 밤이었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잠들었다. - 아이와 함께라면 신사이바시역 6번 출구에서 호텔까지 이어지는 짧은 길의 아기자기한 간판들을 구경해 보세요. - 축제 인파에 지친 날에는 호텔 스파의 미지근한 물에 몸을 맡기고 잠시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시간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