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노란색, 버터의 온기가 깨운 감각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HOTEL KINTETSU UNIVERSAL CITY 4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이포크'였다. 공간 전체가 스트리트 아트와 팝한 그래픽으로 채워져 있어, 마치 거대한 캔버스 속으로 걸어 들어온 기분이었다. 시각적인 소음이 꽤 있었지만, 그 활기찬 무질서함이 오히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느껴져 싫지 않았다. 접시 위에 담긴 따뜻한 옥수수 스프를 한 숟가락 떠먹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아주 짙은 노란색. 혀끝에 가장 먼저 닿은 것은 묵직하고 고소한 버터의 풍미였고, 뒤이어 옥수수 알갱이의 톡톡 터지는 단맛이 천천히 퍼져 나갔다. 11월의 오사카 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다. 유니버설 시티역에서 내려 호텔로 걸어오는 짧은 시간 동안 옷깃을 바짝 여몄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 따뜻한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얼어붙었던 몸 안쪽에서부터 작은 열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화려한 벽면의 색채와 대조되는, 아주 단순하고 정직한 맛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접시를 보며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뷔페의 소란스러운 식기 부딪히는 소리 속에서 우리는 오직 서로의 존재와 접시 위의 온기에만 집중했다. 당신이 포크 끝에 작은 과일 조각을 올리려다 툭 떨어뜨렸을 때, 우리는 아주 잠깐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찰나의 웃음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었다.
색채의 소음이 잦아드는 고요의 방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향하는 복도를 걸었다. 층마다 다른 색이 입혀져 있었는데, 특히 세사미 스트리트 디자인 층의 발랄한 색감은 마치 동화 속 세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곳은 벚꽃 같은 분홍색이었고, 어떤 곳은 깊은 가을의 붉은색이었다. 색깔로 된 지도를 따라 걷는 기분으로 우리가 묵은 스튜디오 뷰 룸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정적이었다. 38제곱미터의 공간. 생각보다 넓은 방 안에서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천천히 걷는 데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그 물리적인 거리감이 묘하게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주며 편안하게 다가왔다. 창밖으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화려한 불빛들이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었다. 단 1분만 걸어 나가면 닿을 수 있는 그 소란스러운 세계가, 두꺼운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요한 풍경화가 되어 있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대 시트는 살결에 닿는 감촉이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웠고, 가구들의 둥근 모서리는 공간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완화해주었다. 조명은 너무 밝지 않게 낮게 깔려 있어 방 안에는 은은한 호박색 온기가 감돌았다. 신발을 벗고 카펫 위에 섰을 때,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푹신함이 하루의 피로를 조용히 흡수하는 기분이었다. 욕실의 타일은 적당히 차가웠고, 수건에서는 갓 세탁한 빳빳하고 깨끗한 냄새가 났다. 이 넓은 방 안에서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함께 눕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누웠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캔커피의 온도가 닿은 찰나의 위로
편의점에서 사 온 따뜻한 캔커피 두 개를 낮은 탁자 위에 나란히 놓았다. 캔의 표면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이 조명 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였다. 당신이 먼저 한 모금 마시고는 "딱 좋다"고 나직하게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따라 마셨다. 쌉싸름한 쓴맛 뒤에 오는 은은한 단맛이 혀끝에 오래도록 남았다. 우리는 한동안 창밖의 야경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무언가 말해서 이 완벽한 정적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11월의 밤바람이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처럼 들려왔다. 당신의 어깨와 내 어깨가 아주 살짝 맞닿아 있었다. 그 작은 접촉만으로도 우리가 지금 이곳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설명되었다. 거창한 약속이나 뜨거운 고백은 없었다. 그저 따뜻한 캔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고요한 호흡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이었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여행이 된다는 것을, 이 작은 방의 정적 속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다정한 밤이었다.
남색 밤하늘 아래, 멈춰 선 롤러코스터의 레일이 은빛 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 4층 '이포크' 레스토랑의 조식 뷔페에서 갓 구운 빵과 따뜻한 커피를 즐겨보세요.
- 호텔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야경을 배경으로 밤 산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