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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푸른 품으로 쏟아져 들어간 오후

심해의 푸른 품으로 쏟아져 들어간 오후

2월의 오사카는 코끝이 찡할 정도로 날카로운 추위가 도심을 훑고 있었다. Hotel Universal Port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눅눅한 외투를 허물처럼 벗어 던졌다. 드르륵거리는 캐리어 세 개가 엉켜 로비 한복판에 작은 무인도처럼 놓였다. "잠깐, 예약 확인 메일 누가 가지고 있어?"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프런트 직원에게 멋쩍은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방을 감싼 짙은 파란색 조명은 마치 거대한 수족관, 혹은 고요한 심해 속으로 고요해지는 기분을 선사했다. 차가운 공기가 가시지 않은 피부 위로 몽환적인 푸른 빛이 내려앉았고, 우리는 그 낯선 색감에 잠시 압도되어 숨을 죽였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누군가의 가방에서 툭 굴러떨어진 흰 양말 한 짝이었다. 매끄러운 바닥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양말을 줍기 위해 동시에 허리를 숙이다 머리를 쾅 부딪힌 순간,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엉망진창인 시작이었지만, 그 덕분에 여행의 긴장은 파도처럼 씻겨 내려갔다.

이 푸른 공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진실

미사일 침대의 배신: 미니언 룸에 놓인 미사일 모양 침대는 숙면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누가 먼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지 겨루는 서커스 장치에 가까웠다. 우리는 새벽 세 시까지 서로를 밀어내며 뒹굴다, 결국 엉킨 실타래처럼 서로의 팔다리를 베개 삼아 잠들었다.

숫자 4의 잔인함: 호텔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까지 걷는 4분은 이론적으로 매우 짧다. 하지만 하루 종일 테마파크를 누비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에서 돌아오는 그 4분은, 마치 끝없는 사막을 걷는 40분처럼 길게 느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파란 조명의 마법: 온 세상이 파란색이면 마음이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 웬걸, 우리는 이곳의 조명 아래서 더 들떴다. 심해의 빛은 왠지 모르게 아무 말 대잔치 같은 헛소리조차 철학적인 독백처럼 들리게 만드는 묘한 고양감을 주었다.

캐리어의 정직한 고발: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쌀 때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무용한 욕심을 챙겨왔는지 알게 된다. 단 한 번도 입지 않은 빳빳한 여분 셔츠와 겹겹이 쌓인 세면도구들이 캐리어 속에서 우리를 조용히 비웃고 있었다.

계획표의 빈칸을 채운 뜻밖의 나른함

원래 계획표에는 오사카성 매화 축제를 방문해 정갈한 인증샷을 남기는 일정이 빽빽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 것은 카리브 수페리아 룸의 넓은 침대와 그 위로 쏟아지는 오후의 금빛 햇살이었다. 40제곱미터의 넉넉한 공간은 성인 셋이서 마음껏 뒹굴기에 충분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외출 준비를 모두 미뤄버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파크 사이드의 풍경은 무심하게 흘러갔고, 우리는 그 무심함에 몸을 맡긴 채 편의점에서 사 온 차가운 푸딩과 캔맥주를 나눠 먹었다. 2월의 찬 바람이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렸지만, 방 안은 적당히 미지근하고 포근했다. 거창한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서로의 못생긴 잠꼬대를 듣고 있는 시간이 훨씬 밀도 있게 다가왔다. 눅눅한 수건 냄새와 섞인 달콤한 간식 향기가 방 안에 가득 찼고, 우리는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해파리처럼 느긋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계획에는 없던 시간의 낭비였지만, 그 낭비가 주는 쾌감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파란 방에서 우리는 그저 함께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방문 후에는 무조건 미니언 룸의 소파에 몸을 던져 피로를 풀 것.
  • 호텔 로비의 파란 조명 아래서 친구의 멍한 표정을 사진으로 남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