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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심연이 머무는 14층의 기록

이 방을 예약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거창한 여행 계획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낯선 도시의 품 안에서 함께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곳은 더없이 다정한 선택지가 될 거예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니까요. ## 푸른 심연이 머무는 14층의 기록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14에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가 알던 세상의 색이 바뀝니다. Hotel Universal Port의 최상층, 포트 딥 오션 플로어는 이름 그대로 심해의 조각을 정성스럽게 떼어다 놓은 듯한 공간입니다. 복도를 따라 걷는 내내 짙은 남색의 벽면이 시야를 부드럽게 감싸고, 그 너머로 은은하게 일렁이는 산호의 곡선과 투명한 해파리의 형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수면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으며 세상의 모든 소란으로부터 멀어지는 기분입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낮은 구두 소리가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지고, 공기 중에는 옅은 바다의 향기가 섞여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방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발끝에 닿는 카펫의 묵직한 두께감이 안도감을 줍니다. 특히 카리브 수페리아 룸의 여유로운 공간감은 마치 끝없는 수평선을 마주한 듯한 개방감을 선사합니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는 살결에 닿을 때 서늘하면서도 쾌적한 감촉을 남기고, 창밖으로는 오사카의 11월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멀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소란함이 아주 작은 파도 소리처럼 변해 흘러들어옵니다. 조명을 낮추면 천장의 장식들이 심해를 유영하는 생명체처럼 보이고, 이 푸른색은 차갑기보다 우리 두 사람만을 포근하게 가두어주는 안온한 막처럼 느껴집니다. 눕자마자 몸의 긴장이 풀리고,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채우는 순간,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합니다. 이곳의 공기는 적당히 서늘하고, 조명은 낮게 깔려 있어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밀도를 더 높여줍니다. 마치 세상에 우리만 남겨진 작은 잠수함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 낮은 숨소리로 나누었던 우리만의 비밀 밖에서 사 온 타코야키를 작은 접시에 옮겨 담았습니다. 갓 구워낸 타코야키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가쓰오부시 향과 달콤 짭조름한 소스 냄새가 방 안의 공기를 밀도 있게 채웁니다. 뜨거운 내용물이 입안에서 톡 터질 때,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보며 짧게 웃었습니다. 11월의 오사카 바람은 제법 쌀쌀했지만, 방 안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해 마음까지 느슨하게 만들었습니다. "여기 색깔, 생각보다 더 좋네." 당신이 나지막이 읊조렸습니다. 나는 대답 대신 당신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였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때로는 침묵이 길어지고, 때로는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망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푸른 방 안에서는 그 서툰 정적조차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됩니다. 굳이 힘내라는 말, 괜찮다는 위로가 없어도 좋았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굳이 들춰내지 않고도, 그저 같은 온도 속에서 같은 색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습니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 창밖의 도시 불빛을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조명들이 물결처럼 일렁이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의 공기는 충분히 다정했습니다. 서로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올 때, 나는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의 겹들이 이 방의 푸른색처럼 깊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11월의 어느 깊은 바다, 그 방에서. - 미도스지의 일루미네이션을 따라 천천히 걷다 기분 좋게 길을 잃어보기 - 호텔 바에서 도시의 야경을 안주 삼아 칵테일 한 잔 나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