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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푸른 빛이 쏟아지는 고요한 복도

심해의 푸른 빛이 쏟아지는 고요한 복도

10월의 오사카는 뺨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화려한 소란을 뒤로하고 Hotel Universal Port Vita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4층, '포트 딥 오션 플로어'에 도착해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 가족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말을 멈췄다. 복도는 온통 깊은 바다의 색이었다. 짙은 청색의 그라데이션이 벽면을 타고 유려하게 흘렀고, 천장과 벽 곳곳에는 산호와 조개껍데기, 그리고 투명하게 일렁이는 해파리를 형상화한 장식들이 은은한 조명을 받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빠, 여기 진짜 바다 밑이야?" 둘째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가득 찼다. 아이는 신발을 벗기도 전에 파란 카페트 위로 몸을 던져 헤엄치는 시늉을 했다. 거창한 환상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깊은 색감이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니 심해의 테마는 더 구체적이었다. 낮게 깔린 조명의 톤이 밖에서의 소란함을 서서히 지워냈고, 나는 그저 파란 벽지를 손가락으로 더듬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 정적이 주는 평온함에 몸을 맡겼다.

캐리어 바퀴 소리와 아이들의 작은 협상곡

호텔 로비는 늘 적당한 소음과 활기로 가득했다.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을 구르는 캐리어 바퀴의 '드르륵'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높은 층고 덕분에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게 흩어졌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첫째와 둘째는 누가 더 큰 미니언즈 인형을 가질 것인가를 두고 진지한 협상을 벌였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톤이 높았지만, 그 소란함조차 이곳의 공기 속에 녹아들어 하나의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방에 들어온 뒤에는 침대 점유권을 두고 2차전이 시작됐다. 110센티미터 폭의 싱글 침대 두 대. 아이들은 서로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침대 위에서 뒹굴었다. "여기까지가 내 구역이야!"라고 선언하는 첫째의 단호한 말투와, 그 경계선을 슬쩍 넘으려는 둘째의 엉뚱한 움직임이 교차했다. 나는 그 소란 속에서 책을 폈지만, 사실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밖에서는 할로윈 이벤트의 거대한 환호성이 멀리서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방 안의 이 작은 소동들이 훨씬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소란스러움 속의 평온함이라는 묘한 모순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빳빳한 시트와 둥근 모서리의 다정한 촉감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시트의 빳빳한 촉감이었다. 잘 말려진 면직물 특유의 서늘함과 포근함이 동시에 피부에 닿아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110센티미터라는 너비는 성인에게는 조금 좁을지 모르나,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한 요새이자 운동장이었다. 둘째가 내 팔을 베개 삼아 누웠을 때, 아이의 작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전해져 왔다. 손끝으로 만져본 방 안의 가구들은 모서리가 모두 둥글게 처리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안전을 배려한 설계라는 것이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10월의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실내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해 기분 좋은 나른함을 불러일으켰다. 두꺼운 호텔 가운을 걸치고 소파에 앉아 창밖을 보았다. 유니버설 시티워크의 불빛들이 밤바다의 보석처럼 흩어져 있었다. 피부에 닿는 가운의 부드러운 무게감이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주었다. 굳이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다 이룬 것 같았다.

혀끝에 닿는 온기와 짭조름한 도시의 기억

아침 식사 시간, 레스토랑에는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와 진한 커피 향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은 평소라면 입에도 대지 않았을 샐러드와 과일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가져왔다. 숟가락으로 떠올린 수프는 걸쭉했고, 혀끝에 닿는 온도가 기분 좋게 뜨거워 위장을 부드럽게 데워주었다. 문득 전날 저녁 거리에서 사 먹었던 타코야키의 기억이 떠올랐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흐물거릴 정도로 부드러웠던 그 맛. 입천장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지만, 짭조름한 소스와 춤추는 가쓰오부시의 풍미는 오사카라는 도시의 날것 그대로의 얼굴이었다. 호텔 조식의 정갈하고 부드러운 맛과는 또 다른, 강렬한 생명력의 맛이었다. 첫째는 오믈렛의 보들보들한 식감에 만족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둘째는 작은 소시지를 접시에 줄 세워놓고 장난을 쳤다. 화려한 진미는 아니었지만,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씹는 소리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찼다. 특별한 맛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이 시간을 맛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린넨의 깨끗함과 가을의 서늘한 공기

체크아웃을 위해 로비로 내려왔을 때, Hotel Universal Port Vita 특유의 깨끗하고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갓 세탁한 린넨의 뽀송함과 아주 약간의 시트러스 향이 섞인, 잘 정돈된 공간의 냄새였다. 그 향기를 맡는 순간 비로소 이곳에서의 꿈 같은 시간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호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다시 10월의 서늘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습도가 낮아 쾌적한, 전형적인 가을의 냄새였다. 거리 곳곳에서는 할로윈을 준비하는 상점들의 달콤한 사탕 냄새와 구운 간식의 고소한 향기가 섞여 흘러나왔다. 차가운 공기 속에 섞인 그 달콤한 냄새는 묘하게 설레는 기분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다시금 들뜬 표정으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방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보면 작은 뒷모습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호텔의 외관을 보았다. 현대적인 건물이었지만, 그 안에서 보낸 시간은 생각보다 아날로그적이었다. 냄새와 소리, 그리고 촉감으로 기억되는 공간. 거창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그냥 좋았기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젖은 낙엽 냄새가 조금씩 짙어지는 오사카의 거리였다.

아이들이 잠든 방, 푸른 조명 아래서 나는 짧은 일기를 썼다.

  •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도보 4분 거리라 아이들이 지치기 전 빠르게 복귀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 14층 포트 딥 오션 플로어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색감이라 가족 여행객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