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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배고프다고 했더라

## 누가 배고프다고 했더라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역에서 내려 Hotel Universal Port Vita까지 걷는 길, 3월의 오사카 공기는 뺨을 스치는 감촉이 기분 좋게 차가웠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군가 반드시 지갑을 잊어버릴 거라는 시시한 내기를 했지만, 다행히 모두가 지갑은 챙겼다. 대신 꼼꼼하게 짠 여행 일정표를 통째로 잊어버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호텔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정교한 계획 따위는 정말로 필요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우리가 묵은 곳은 14층의 '포트 딥 오션 플로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압도적인 짙은 푸른색의 세계였다. 방 안에는 산호와 조개, 해파리를 모티프로 한 장식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마치 거대한 인디고색 보석 상자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낮게 깔린 조명과 깊은 바다 밑바닥을 닮은 벽면의 색조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배가 고팠다기보다, 이 묘한 심해의 공간을 완성할 마지막 조각이 필요했다.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 속에 담긴 짭조름한 가라아게와 탱글탱글한 푸딩, 그리고 이름 모를 시즌 한정 맥주 몇 캔이 우리의 소중한 전리품이었다. ## 튀김 가루를 털며 나눈 이야기들 "야, 너 아까 매화 구경 가자며. 결국 역 앞에서 플라스틱 꽃만 보고 왔잖아." 침대 위에 겹겹이 깔아놓은 하얀 수건 위에 편의점 음식들을 성찬처럼 펼쳐놓았다. 친구 하나가 바삭한 닭튀김을 씹으며 툭 던진 말이었다. 3월 중순의 오사카는 매화가 한창이라는데, 우리는 벚꽃 개화 예상 지도를 보느라 정작 눈앞의 매화를 놓쳤다. "그게 여행이지. 벚꽃 피면 다시 오면 돼. 어차피 여기 방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어." 나는 스탠다드 트윈 룸의 빳빳하고 서늘한 시트 위로 몸을 던졌다. 적당히 단단한 매트리스가 몸을 감싸는 포근함이 쾌적했다. 우리는 서로의 엉망진창인 일정을 흉보며 낄낄거렸다. 누군가는 이번 여행의 목적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었다고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파란 방에서 닭튀김을 씹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처럼 느껴졌다. "근데 이 방, 진짜 물속에 있는 것 같지 않냐? 조명 때문에 내가 지금 잠수함에 탄 건지 호텔에 온 건지 헷갈려." "잠수함이면 더 좋지. 그럼 내일 아침에 안 일어나도 된다는 핑계가 생기잖아." 우리는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아무런 생산성 없는 대화를 나눴다. 내일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같은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짭조름한 가라아게의 풍미와, 가끔씩 복도에서 들려오는 낮은 소음, 그리고 서로의 웃음소리만으로 공간은 충분히 밀도 있게 채워졌다. 과장할 필요 없이, 그냥 모든 것이 완벽했다. ## 포만감이 남긴 고요한 푸른색 음식이 바닥나고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다시 심해의 조용한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천장에 반사된 푸른 빛이 마치 실제 바다의 물결처럼 느릿하게 일렁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것은 무거운 침묵이 아니라, 기분 좋게 나른한 정적이었다. 사실 삶이 항상 특별할 필요는 없다. 대단한 명소를 방문하고 완벽한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이렇게 멍하니 누워 '내일은 그냥 늦잠이나 자자'고 생각하는 무용한 순간이 더 달콤하다. 이 물속 같은 방은 우리에게 그 완전한 자유를 허락했다. 3월의 밤은 생각보다 길었고, 우리는 그 시간을 기꺼이 낭비하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정신이 맑아졌다. 피부에 닿는 이불의 보드라운 감촉이 잠을 재촉했다. 굳이 힘내서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밤. 그냥 여기 이렇게 누워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내일의 우리는 또다시 길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가겠지만, 적어도 오늘 밤의 이 충만한 포만감은 아주 정확하게 기억될 것이다. 파란 조명 아래, 우리는 아주 느리게 잠들었다. - 편의점 가라아게와 시원한 캔맥주 조합. 실패 없는 야식의 정석. - 쫀득한 식감의 일본 편의점 푸딩. 잠들기 전 마지막 디저트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