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에서 창가까지, 우리가 놓인 적당한 거리
방문에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것은 갓 세탁한 리넨의 보송한 향기와 현대적이고 세련된 공간이 주는 서늘한 공기였다. 6월의 오사카는 숨이 막힐 듯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낮은 채도의 빗줄기가 끊임없이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현관에서 침대까지의 거리는 대략 다섯 걸음. 우리는 그 짧은 거리 사이에서 굳이 보폭을 맞추려 애쓰지 않은 채 각자의 리듬으로 걸었다. 창틀의 차가운 금속 질감이 손끝에 닿을 때, 비로소 우리가 이 낯선 도시의 작은 섬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을 때, 우리 사이에는 손바닥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틈이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생각했다. 좁은 비즈니스 호텔의 방이었지만, 높은 천장이 주는 개방감 덕분에 마음속의 소음마저 잦아드는 기분이었다. 낮게 고요해지은 조명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천장의 무늬를 세었다.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마른 면 티셔츠로 갈아입었을 때의 그 쾌적한 감촉. 서로에게 완전히 밀착되지 않아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이 이 방의 공기를 부드럽게 채우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닿는, 고요한 공명
아침 7시, 우리는 호텔 내 레스토랑인 베르데 카사로 향했다. 싱그러운 초록빛 식물들이 곳곳에 배치된 공간에는 옅은 아침 햇살이 먼지 입자와 함께 유영하고 있었다. 마주 보고 앉은 우리는 메뉴판의 글자보다 서로의 눈가에 맺힌 나른한 표정을 먼저 읽어냈다. 라이브 키친에서 갓 구워져 나온 오믈렛은 구름처럼 폭신했다. 포크로 살짝 눌렀을 때 천천히 되돌아오는 그 탄력적인 질감이 입안 가득 부드럽게 퍼졌고, 함께 곁들여진 제철 채소 구이는 씹을수록 땅의 단맛을 내뿜었다. 쌉싸름한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질일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물잔을 들어 올렸고, 같은 타이밍에 빵 조각을 씹었다. 로비로 내려오는 길, 벽면을 채운 알루미늄 루버 디자인이 시선을 붙잡았다. 물의 일렁임을 형상화했다는 그 벽은 정지해 있었지만, 걷는 각도에 따라 끊임없이 물결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우리의 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정의하거나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상태. ホテルヴィスキオ大阪라는 이름이 겨우살이를 뜻하며 누군가에게 안전한 쉼터가 되어준다는 의미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 다정한 의미가 아침 식사 후의 나른한 포만감과 겹쳐져,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각자의 고요가 교차하는 투명한 시간
호텔 내부에 마련된 중정은 이 거대한 도시의 소음을 걸러내는 숨구멍 같은 곳이었다. 천장의 천창을 통해 수직으로 내려오는 빛은 정직하고 투명했다. 나는 차가운 벤치에 앉아 읽다 만 책의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고, 상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스마트폰의 푸른 빛 속에 머물고 있었다. 같은 공간, 같은 공기를 공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의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그것은 외로운 고립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기에 가능한 선택적인 거리였다.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구름 사이로 희미한 빛이 보였다가 다시 잿빛으로 사라지곤 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완벽한 편안함은, 함께 있으면서도 온전히 혼자일 수 있을 때 찾아온다. 우리는 서로의 침묵을 방해하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간헐적으로 들리는 타인의 발소리만이 공간의 여백을 채웠다. 억지로 대화를 짜내어 공백을 메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6월의 눅눅한 공기가 중정의 정적인 분위기와 섞여 묘한 쾌적함을 만들어냈고, 나는 이 무용한 시간의 흐름 속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비가 그친 뒤의 공기는 조금 더 달콤하고 투명했다.
- JR 오사카역에서 도보 5분 거리라 무거운 짐이 있어도 이동이 매우 편리합니다.
- 베르데 카사의 이탈리안 조식 중 셰프가 갓 만든 오믈렛은 꼭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