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라운지 테이블 위로 옅은 햇살이 내려앉을 때
잠에서 깨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을 때, &AND HOSTEL HOMMACHI EAST의 라운지는 이미 낮은 웅성거림과 갓 볶은 커피의 고소한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의 조명은 눈을 자극하지 않을 만큼 은은했고, 커다란 공용 테이블 위에는 누군가 읽다 만 잡지와 온기를 잃어가는 커피잔들이 무심하게 흩어져 있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대신, 각자의 손끝으로 휴대폰 화면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테이블 아래로 발끝이 가끔 스칠 때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굳이 침묵을 깨는 말을 내뱉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 혹은 이 정적이 오히려 가장 편안한 대화가 되는 관계. 그것이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우리가 묵은 더블 트윈룸은 불필요한 장식 없이 정갈했다.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싱글 침대 사이에는 적당한 간격이 있었는데, 그 틈은 너무 멀어 외롭지도, 너무 가까워 숨 막히지도 않은 절묘한 거리였다. 각자의 영역이 온전히 보장되면서도 손을 뻗으면 언제든 닿을 수 있는 그 거리감이 오히려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유닛 배스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물소리를 배경 삼아, 우리는 오늘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걷다가 마음이 끌리는 골목이 나오면 멈추자"라고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는 새벽 공기처럼 낮고 차분했다.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주는 해방감이 방 안의 공기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9월의 오사카는 여전히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에어컨이 만들어낸 쾌적한 냉기가 피부에 닿는 감촉이 더없이 좋았다. 우리는 천천히 옷을 입고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었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 이 여행의 가장 완벽한 목적이 된 순간이었다.
오후 11시, 바의 어스름한 조명 아래 얼음이 달그락거릴 때
하루 종일 오사카의 낯선 거리들을 정처 없이 헤맸다. 길가에 핀 억새가 가을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는 풍경을 보았고, 다가올 축제를 준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점들의 활기를 구경했다. 발바닥이 뻐근해질 정도로 걸음을 옮긴 끝에 다시 돌아온 호텔 바(bar)는 낮의 라운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명은 한 층 더 낮아져 아늑한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공기 중에는 쌉싸름한 위스키 향과 이름 모를 여행자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우리는 바 테이블 끝자락에 나란히 앉아 잔 속의 투명한 얼음을 천천히 굴렸다. 달그락, 달그락.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그 작은 소리가 오늘 우리가 나눈 그 어떤 긴 대화보다 더 솔직하고 투명하게 느껴졌다.
"물 온도가 정말 딱 좋았어"라고 당신이 속삭였다. 객실로 돌아와 유닛 배스에 몸을 깊숙이 담갔을 때 느꼈던 그 안온한 온도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뜨거운 물이 뭉친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피부에 닿는 물방울의 촉감이 매끄럽게 흘러내렸다. 좁은 욕실이었지만, 그 밀폐된 공간이 주는 아늑함은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완전히 분리해 주는 보호막 같았다. 밖은 여전히 여름의 잔재가 남아 눅눅했지만, 이곳의 물속에서는 오직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만이 존재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빳빳하게 잘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자 은은한 세제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침대에 눕자 바스락거리는 시트가 서늘하게 몸을 감쌌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 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내일은 달맞이 명소에 가볼까, 아니면 그냥 늦잠을 자며 이 게으름을 만끽할까.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AND HOSTEL HOMMACHI EAST의 하얀 벽지에 비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이정표 삼아, 우리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창한 약속이나 뜨거운 맹세는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온도, 이 습도, 그리고 곁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체온만으로 충분했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사실은 꽤 완벽한 밤이었다.
창밖으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짧게 울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