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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소용돌이가 잦아든 무채색의 안식처

빛의 소용돌이가 잦아든 무채색의 안식처

그랜드 프런트 오사카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지나치게 화려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쏟아지는 원색의 빛들은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도시의 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 빛의 파편들 사이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첫째는 트리의 가장 높은 곳에 걸린 별을 보겠다고 까치발을 들며 낑낑거렸고, 둘째는 그 옆에서 이름 모를 전구의 색깔을 하나하나 세어보며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렇게 시각적 포화 상태에 이르렀을 때 돌아온 &AND HOSTEL HOMMACHI EAST의 라운지는 마치 정적의 공간 같았다. 화려한 도심의 색들이 깨끗이 씻겨 내려간 자리에는 차분한 회색과 따스한 나무색만이 머물고 있었다. 아이들이 라운지 소파에 몸을 던졌을 때, 그들의 맑은 눈동자에 여전히 일렁이던 일루미네이션의 잔상이 천천히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조명과 적당한 층고가 주는 개방감.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운 욕망의 도시였지만, 이곳의 공기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소파 구석에서 어느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니, 화려한 조명보다 이 건조하고 담백한 무채색의 공간이 아이에게는 더 깊은 안식을 주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꽤 근사한 풍경이었다.

낯선 언어와 일상의 소음이 겹치는 리듬

호텔 로비에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의 언어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는 낮은 목소리로 내일의 경로를 물었고, 누군가는 체크아웃 시간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 낯설고 낮은 소음들의 층위 사이로 우리 집 둘째의 맑은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아빠, 저 사람은 왜 저기서 노트북을 해?" 워크스페이스에 앉아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있던 어느 여행자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너무나 정직했다. 나는 그저 여행 중에도 삶의 일부인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짧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라운지 한편에서는 커피 머신이 웅웅거리며 원두를 갈아내는 낮은 진동음이 들려왔고, 가끔씩 캐리어 바퀴가 매끄러운 바닥을 긁으며 지나가는 덜컹 소리가 일정한 리듬처럼 반복되었다. 가족들이 더블 트윈 룸으로 들어가기 전, 복도에서 나누는 작은 말다툼과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하얀 벽에 부딪혀 부드럽게 흩어졌다. 거창한 대화는 없었다. 그저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내일은 어디로 발걸음을 옮길 것인지에 대한 단순한 확인들뿐이었다. 하지만 그 소박한 소음들이 이 공간의 온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서늘한 금속성과 보송한 온기의 교차

방에 들어서자마자 더블 트윈 룸의 침대에 몸을 깊숙이 눕혔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감촉은 피부에 닿는 순간 서늘하면서도 쾌적한 긴장감을 주었다. 아이들은 넓은 공간을 자신들만의 영토로 구축하느라 바빴다. 침대 위를 뒹굴며 서로의 발을 밀어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다음 날 아침, 밖으로 나가기 위해 누른 엘리베이터 버튼의 금속성 차가움이 손끝에 닿았을 때 비로소 겨울의 한복판에 있음을 실감했다. 12월의 오사카 공기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웠지만, 호텔 내부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하여 마음을 놓게 했다. 유닛 배스의 타일 바닥은 매끄러웠고, 쏟아지는 따뜻한 물줄기가 뭉친 어깨에 닿는 순간 여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아이가 수건을 머리에 쓰고 귀신 흉내를 내며 장난을 칠 때, 나는 젖은 바닥을 닦아내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특별할 것 없는 촉감들의 연속이었지만, 젖은 발바닥이 닿는 보송보송한 카펫의 느낌, 그리고 잠들기 전 아이의 보드라운 볼을 만지는 찰나의 순간. 그런 사소한 촉각들이 기억의 갈피 속에 가장 깊게 새겨진다.

혀끝을 데우는 뜨거운 바삭함의 기억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급히 산 타코야키가 종이 상자 속에서 하얀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 그것을 나누어 먹었다. 첫 입은 너무 뜨거워 혀끝이 살짝 데었지만, 그 뜨거움이 오히려 겨울밤의 낭만처럼 느껴져 좋았다. 겉은 얇게 익어 바삭했고, 속은 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입안 가득 풍미를 퍼뜨렸다. 뜨거운 열기에 맞춰 가쓰오부시가 파르르 춤을 추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아이들은 깔깔거렸다. 입가에 마요네즈를 잔뜩 묻힌 채 엄지를 치켜세우는 아이의 표정은 그 어떤 미식가보다 진실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는 아니었지만, 길거리에서 서서 먹는 이 소박하고 정직한 맛이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짭조름한 간장 소스와 진한 문어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울 때, 우리는 비로소 여행자가 되었음을 느꼈다. &AND HOSTEL HOMMACHI EAST 라운지에 앉아 남은 조각을 나누어 먹으며 내일의 계획을 수정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입안에 남은 타코야키의 여운만큼은 정직했다. 정말 맛있었다.

볶은 원두와 젖은 우산이 빚어낸 사람의 향기

아침 7시, 라운지에는 갓 볶은 원두의 향이 안개처럼 낮게 깔려 있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진한 향기는 몽롱한 정신을 깨우는 가장 효율적이고도 다정한 방법이다. 로비 한쪽에는 전날 내린 비에 젖은 우산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눅눅한 천의 냄새와 차가운 빗물이 섞인 특유의 향기가 공기 중에 떠다녔다.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습기였겠지만, 나에게는 그 냄새가 우리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여행의 흔적처럼 느껴졌다. 세수를 하고 내려온 아이들에게서는 갓 씻은 비누 향과 덜 마른 머리카락의 풋풋한 냄새가 났다. 그 서로 다른 냄새들이 섞여 이곳만의 독특한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인위적인 방향제 냄새가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서 배어 나오는 사람 냄새였다. 그 향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나는 생각했다. 이곳에 머물길 정말 잘했다고. 굳이 무언가를 더 채울 필요 없는, 딱 적당하고 편안한 향기였다.

아이의 짝 잃은 신발 한 짝이 라운지 의자 밑에서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라운지의 워크스페이스를 활용해 아이와 함께 여행 일기를 쓰거나 그림 그리기를 해보길 권한다.
  • 12월의 일루미네이션 관람 후에는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사서 들어오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