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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부정하던 밤의 공모자들

배고픔을 부정하던 밤의 공모자들

우리는 유치한 내기를 했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누가 먼저 배고프다고 말하는지 겨루는 것이었다.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JR 오사카역에서 ホテル関西까지 걷는 10분 동안 우리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 편의점 세 곳을 샅샅이 훑었다. 1월의 오사카 바람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뺨을 스쳤고, 코끝은 찡하게 얼어붙어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흩어졌다. 손가락을 파고드는 얇은 비닐 끈 끝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타코야키와 탱글한 푸딩, 그리고 이름 모를 일본 한정 과자들이 묵직하게 담겨 있었다. 걷는 내내 비닐봉투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처럼 고요한 밤공기를 채웠다. 대단한 목적지가 있는 여행은 아니었으나, 낯선 거리의 서늘함과 손끝에 전해지는 편의점 음식의 온기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훈훈한 공기가 얼어붙은 몸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눅눅한 타코야키와 좁은 방의 밀도

"야, 너 아까 분명히 배 안 고프다며. 내기에서 진 거나 다름없네."

침대 위에 널브러진 타코야키 팩을 보며 친구가 낄낄거렸다. 나는 대답 대신 푸딩의 뚜껑을 톡 땄다. ホテル関西의 스탠다드 세미더블 룸은 12제곱미터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다. 셋이 들어가니 공기마저 꽉 찬 기분이었고, 누군가 움직이면 도미노처럼 서로를 비켜줘야 하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 좁음이 오히려 안락한 요람처럼 느껴져 마음이 놓였다.

"원래 여행지에서는 위장이 확장되는 법이야. 이건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숟가락으로 달콤한 푸딩을 떠먹으며 덧붙였다. 혀끝에 닿는 차갑고 매끄러운 질감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기분이었다. 루쿠아 오사카와 그랜드 프런트 오사카의 화려한 조명 아래를 걸었을 때보다, 정작 가장 행복한 순간은 이 작은 방에서 조금 눅눅해진 타코야키를 나눠 먹는 지금이었다. 짭조름한 소스 냄새가 방 안의 공기와 섞여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근데 여기 진짜 효율적이다. 딱 잠만 자고 나가기에 최적이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아까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하듯 자더라?"

서로의 허점을 찌르는 농담이 오갔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내일의 일정이나 아까 본 상점의 터무니없는 가격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 입안에 퍼지는 진한 달콤함과 적당히 미지근한 실내 공기가 우리를 포근하게 감쌌다.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투덜거리면서도, 이 좁은 공간이 주는 묘한 일체감 속에 깊숙이 고요히 머무했다.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음식들이 사라지고 탁자 위에는 투명한 비닐 조각들만 껍질처럼 남았다. 배가 불러오자 소란스럽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자리를 잡고 누웠다. 1월의 추위를 피해 들어온 전 객실 금연실의 쾌적한 공기는 포근한 이불과 어우러져 나른함을 더했다. 천장의 조명을 끄자 창밖으로 오사카의 밤 풍경이 낮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도심의 소음이 아주 먼 곳에서 웅성거리다 사라졌다. 누구 하나 '우정이 깊어졌다'는 식의 상투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일 아침 조식 레스토랑의 메뉴를 상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을 뿐이다. 계획에 없던 야식과 좁은 방에서의 투덜거림, 그리고 함께 나누는 적당한 피로감. 이런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여행의 진짜 얼굴을 완성한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고른 숨소리가 이 밤의 가장 완벽한 배경음악이 되었다.

창밖으로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이 눈꺼풀 너머로 희미한 잔상처럼 남았다.

  • 편의점의 뜨거운 타코야키와 차가운 우유 푸딩의 단짠 조합을 추천한다.
  •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파는 1월 한정 윈터 라떼로 밤의 온기를 채워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