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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축제의 끝, 정적의 품에 안기다

어느 나른한 오후의 당신에게 보냅니다. 이 방을 예약할까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마음이 이끄는 대로 선택해 보세요.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온종일 걷느라 퉁퉁 부은 발을 뻗고 누웠을 때 밀려오는 그 압도적인 안도감만큼은 세상 무엇보다 확실한 위로가 될 테니까요. ## 소란한 축제의 끝, 정적의 품에 안기다 유니버설 시티 역에서 내려 왼쪽으로 걷다 보면, 원형의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는 거대한 성 같은 건물이 나타납니다. ザ パーク フロント ホテル アット ユニバーサル・スタジオ・ジャパン.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밖은 할로윈의 열기로 들떠 소란스럽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로비의 공기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정갈합니다. 마치 현실 세계에서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완충 지대에 서 있는 기분이죠. 현대적인 세련미 속에 깃든 '아메리칸 퓨처'의 분위기는 우리를 미래의 어느 지점으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방으로 올라와 육중한 문을 닫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단숨에 소거됩니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감촉은 생각보다 훨씬 두껍고 푹신합니다. 마치 도시의 모든 피로와 소란을 가볍게 삼켜버릴 것만 같은 깊이감입니다. 창밖으로는 파크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저 멀리 보이는 어트랙션들의 실루엣이 마치 정교한 미니어처처럼 보입니다. 10월 오사카의 공기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로 피부를 스칩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트윈 베드 위에 몸을 던졌습니다. 빳빳하게 정돈된 시트의 서늘함이 피부에 닿았다가 이내 체온으로 미지근하게 물들어갑니다. "여기 정말 좋다," 누군가 나지막이 읊조린 말 한마디가 방 안의 정적 속에 부드럽게 녹아듭니다. 무용한 시간이 흐르지만, 그 무용함이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만듭니다.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오후였습니다. ## 분홍빛 식탁 위로 흐르는 느릿한 시간 아침을 깨운 레스토랑 '아칼라'는 온통 다정한 분홍빛이었습니다. 하와이안 퀼트의 화사함이 공간을 채우고,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우리는 뷔페 접시를 들고 무엇을 먼저 담을지 고민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종류의 멜론을 집어 들고는 서로를 보며 짧게 웃었습니다. 마히나 샌드위치의 부드러운 식감이 혀끝에 닿을 때, 여행의 긴장이 비로소 완전히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단맛은 마치 이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각자 책을 폈습니다. 한 사람은 소설의 숲을 걷고, 한 사람은 에세이의 문장들을 더듬습니다. 사각거리는 페이지 넘기는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시간. 밖에서는 여전히 화려한 축제가 계속되고 있겠지만, 이 방 안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우리만의 속도로 흐릅니다. 읽고 있던 페이지에 표시를 해두고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가 옅은 햇살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읽지 않은 페이지 너머의 미래를 함께 상상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이곳의 느긋한 분위기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요. 다시 이곳에 와서 똑같은 샌드위치를 먹고, 똑같은 카펫 위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불빛, 그리고 곁에 남은 온기. 어느 방, 어느 오후로부터. - 아침 일찍 아칼라에서 마히나 샌드위치를 드셔보세요. 생각보다 더 다정합니다. - 유니버설 시티 역에서 호텔까지 1분의 거리, 그 짧은 산책을 천천히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