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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가 불러온 야심한 밤의 공모

## 허기가 불러온 야심한 밤의 공모 오사카의 2월 바람은 날카로운 면도날처럼 피부를 파고들었다. 유니버설 시티워크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를 걷는 내내 코끝이 찡했고, 하루 종일 쏟아진 테마파크의 거대한 소음과 인파의 잔향이 머릿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때 누군가 나직하게 "배고파"라고 뱉었고, 그것은 곧 우리 모두의 거부할 수 없는 합의가 되었다. 우리는 홀린 듯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비닐봉지 속에는 눅눅한 치킨과 정체 모를 일본 과자들, 그리고 손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캔맥주가 묵직하게 담겼다. 손가락을 파고드는 봉지의 압박마저 달콤한 전조처럼 느껴질 무렵, 우리는 ザ パーク フロント ホテル アット ユニバーサル・スタジオ・ジャパン 로비에 들어섰다. 차가운 폐부 속으로 갑자기 밀려든 온화한 공기와 함께, 마치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세련된 거리로 순간 이동한 듯한 미국풍의 인테리어가 우리를 맞이했다. 은은한 조명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공간은 방금까지 우리가 있던 소란스러운 세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안식처처럼 보였다. ## 눅눅한 튀김옷과 흩어지는 진심들 "이 엘리베이터 뭐야? 진짜 타임머신 탄 기분인데?" 과거의 미국에서 미래의 미국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벽면 디자인을 보며 친구가 감탄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각자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과 시대적 취향에 대해 짧지만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마침내 도착한 포스 룸의 문이 열리자, 네 개의 커다란 캐리어를 전부 펼쳐놓고도 발 디딜 틈이 넉넉한 광활한 공간이 나타났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빳빳하고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무겁게 던졌다. "와, 침대 진짜 넓다. 그냥 여기서 굴러다녀도 되겠어." "야, 감탄 그만하고 치킨부터 꺼내. 다 식어서 딱딱해지겠다." 치익, 맥주 캔을 따는 경쾌한 파열음이 정적을 깼다. 튀김옷은 이미 눅눅해져 바삭함은 사라졌지만, 그 미지근한 온도가 오히려 하루 종일 긴장했던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파크에서 겪은 황당한 일들을 안주 삼아 낄낄거렸다. 줄을 서다 졸았던 기억, 한정판 굿즈를 사느라 텅 빈 지갑에 대한 한탄이 눅눅한 치킨 냄새와 섞여 방 안을 채웠다. "솔직히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건 이 침대인 것 같아." "방금 전까지는 파크가 최고라며. 너 진짜 말 빨리 바꾼다." 서로를 툭툭 깎아내리는 건조한 농담들이 오갔지만, 그 속에는 묘한 유대감이 흐르고 있었다. 억지로 힘내라는 말보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의 나른함과 포만감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해지는 밤이었다. ##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접시 위의 잔해들이 사라지고 대화의 밀도도 서서히 낮아졌다. 빈 캔들이 테이블 위에서 가볍게 굴러다녔고, 우리는 하나둘 욕실로 향했다.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된 구조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투덜거릴 필요 없이 각자의 온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몸을 깊숙이 담그자, 종아리를 짓누르던 묵직한 피로가 하얀 김과 함께 공중으로 증발하는 기분이 들었다. 매끄러운 물결이 피부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온몸의 근육이 느슨하게 풀려나갔다. 욕실 밖으로 나오자 방 안은 깊은 고요에 잠겨 있었다. 창밖으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는데, 낮의 소란스러움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오직 정적만이 보석처럼 빛나는 불빛들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빳빳하게 다려진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아무런 목적 없이 흐르는 이 무용한 시간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진한 정수임을 깨달았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소음,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서 숨 쉬는 친구들. 그 모든 조각이 맞물려 완벽한 밤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아주 느리게 깨어나고 싶었다. - 편의점 푸딩의 진한 달콤함과 캔맥주의 쌉싸름한 조화. - 갓 튀긴 가라아게와 시원한 하이볼이 주는 소박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