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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허기,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 자정의 허기,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Hotel Granvia Osaka의 트윈룸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던진 시트는 서늘할 정도로 빳빳했다.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면의 감촉이 하루 종일 달궈진 피부의 열기를 식혀주는 기분이었다. JR 오사카역과 바로 연결된 이 호텔의 효율성은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그 효율성에 취해 우리는 너무 많이 걸었다. 5월의 오사카는 예상보다 습했고, 골든위크의 인파는 거대한 파도처럼 우리를 밀어내며 체력을 갉아먹었다. 거리 곳곳에 흐드러진 장미와 등나무 꽃의 진한 향기는 아름다웠으나, 그것을 감상하기 위해 쏟아부은 에너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누구 하나 먼저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역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호텔 내부에 정갈한 레스토랑과 분위기 있는 바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교한 요리가 아니라 즉각적이고 원초적인 포만감이었다. 비닐봉지 속에는 갓 튀겨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타코야키 두 팩과 캔맥주, 그리고 이름조차 생소한 달콤한 푸딩 몇 개가 담겼다. 방으로 돌아와 육중한 문을 닫는 순간, 도시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며 밀도 높은 정적이 찾아왔다.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 소리가 적막한 방 안을 채웠고, 이 작은 사각형의 공간은 순식간에 우리만의 은밀한 심야 식당으로 변모했다. ## 젓가락 끝에서 오가는 시시콜콜한 진심 "야, 너 아까 점심 먹을 때 분명히 배 안 고프다고 했던 사람 누구더라?" 친구가 젓가락으로 뜨거운 타코야키 한 알을 집어 올리며 짓궂게 물었다. 눅진한 소스와 가쓰오부시의 짭조름한 향이 순식간에 방 안의 공기를 메웠다. 나는 차가운 맥주 캔을 '칙' 소리가 나게 따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건 점심이었고, 지금은 야식이지. 이건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라고." "말은 참 잘해. 아까 길 잃어서 삼십 분 동안 같은 자리 뱅뱅 돌 때 네 표정 봤어야 했는데. 거의 울기 직전이었잖아?" 우리는 서로의 멍청했던 순간들을 안주 삼아 하나씩 꺼내어 씹어 먹었다. 5월의 신록이 아름답다며 감탄하던 순간조차, 사실은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했던 것이 아니었냐는 유치한 투덜거림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투덜거림 속에는 묘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근데 여기 뷰는 진짜 예술이다. 저 밑에 기차 다니는 거 봐. 꼭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난감 기차 세트 같아." 창밖으로 펼쳐진 우메다의 야경은 거대한 회로 기판처럼 치밀하고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층 객실이 주는 최고의 사치는 바로 이것이었다. 세상의 소란함에서 한 발짝 떨어져, 그 소란함을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다는 것. "내일은 진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그냥 호텔 조식 느긋하게 먹고 다시 누워 있을래." "너 아까도 그렇게 말하고 이만 보 걸었잖아. 내기할래? 너 내일 분명히 또 어디 가자고 조를걸." 우리는 낄낄거리며 남은 푸딩을 나눠 먹었다. 혀끝에 남은 달콤하고 끈적한 여운이 기분 좋게 퍼졌다. 대단한 깨달음이나 깊은 유대감 같은 거창한 것은 없었다. 그저 같이 맛있는 것을 먹고, 서로를 적당히 깎아내리며 웃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충분했다. ## 포만감이 밀어낸 고요한 밤 음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빈 캔과 플라스틱 용기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뜨거웠던 대화도 포만감과 함께 서서히 잦아들었다. 배가 부르면 말수가 적어지는 법이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호텔의 고품질 매트리스는 몸의 곡선을 부드럽게 받아냈고, 적당한 온도로 설정된 에어컨 바람이 눅눅했던 피부를 보송하게 말려주었다. 창밖의 도시 불빛은 여전히 명멸하며 잠들지 않았지만, 이 고공의 안식처 안에서는 더 이상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내일의 빡빡한 일정, 짐 정리, 귀국 항공편 같은 현실적인 걱정들은 잠시 문밖에 두고 와도 좋았다. 지금 이 순간, 깨끗한 시트의 촉감과 기분 좋은 배부름, 그리고 옆 침대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고른 숨소리만으로도 밤은 충분히 완성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런 무용한 시간이야말로 여행의 정수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목적 없이 야식을 즐기고, 실없는 소리를 나누다 스르르 잠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낯선 도시까지 찾아온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현관 구석에 던져둔 젖은 운동화는 내일 다시 신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눈을 감자 도시의 소음이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자장가처럼 아득해졌다. 옅은 조명 아래, 완벽하게 나른한 밤이었다. - 편의점 타코야키와 톡 쏘는 캔맥주의 환상적인 조합 - 늦은 밤 호텔 라운지처럼 내려다보는 우메다의 화려한 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