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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공기와 엇박자의 발걸음

## 눅눅한 공기와 엇박자의 발걸음 유니버설 시티역의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6월의 오사카가 가진 특유의 습기가 온몸을 무겁게 감싸 안았다. 공기는 마치 젖은 솜사탕처럼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고, 숨을 쉴 때마다 비릿한 물내음이 섞여 들어왔다. 우리 셋은 각자 다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한 명은 스마트폰 지도에 매달려 방향을 잡느라 여념이 없었고, 다른 한 명은 눅눅한 날씨에 이미 기분이 상했는지 연신 투덜거렸다. 나는 그들의 뒤편에서 빗물에 젖어 검게 변한 보도블록의 질감을 가만히 관찰했다. 캐리어 바퀴가 젖은 아스팔트 위를 구르며 내는 '촤르륵, 촤르륵' 하는 규칙적인 마찰음이 빗소리와 섞여 묘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누가 먼저 길을 잘못 찾는지 내기를 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분명 이쪽이라니까!"라고 외치던 친구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빗줄기에 뭉툭하게 깎여 나갔고, 우리는 결국 막다른 길 앞에서 서로의 젖은 어깨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운동화 앞코가 짙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줄도 모른 채, 우리는 이 눅눅한 방황조차 여행의 일부라고 믿기로 했다. ## 보랏빛 수국과 온기 어린 오답 노트 길모퉁이를 돌았을 때, 비를 머금어 더욱 선명해진 수국 무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보라색과 파란색이 겹겹이 쌓인 꽃잎들은 물방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고개를 낮게 숙이고 있었다. "여기서 사진 찍다간 다 젖어!"라고 소리치면서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렌즈에 맺힌 작은 물방울 때문에 사진은 온통 흐릿하고 몽환적으로 찍혔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그날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선 낯선 골목 끝에서 작은 편의점을 발견했다. 경쾌한 자동문 소리와 함께 밀려든 에어컨 바람이 젖은 피부를 서늘하게 식혔다. 우리는 이름 모를 캔커피와 두툼한 계란 샌드위치를 샀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캔커피의 뜨거운 온기는 긴장했던 마음을 말랑하게 녹여주었고, 진한 마요네즈 맛의 샌드위치는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었다. 효율적인 경로보다는 느린 방황이 주는 뜻밖의 기쁨. 우리는 서로의 엉망이 된 머리 모양을 놀리며 다시 빗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걷는 이 시간이,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조각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Hotel Universal Port Vita, 심해의 푸른 품으로 마침내 도착한 Hotel Universal Port Vita의 로비는 외부의 습기를 단숨에 지워버리는 쾌적한 공기로 가득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 올라서자,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짙은 푸른색의 파도가 우리를 덮쳤다. '포트 딥 오션 플로어'라는 이름답게 복도 전체가 깊은 바닷속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신비로운 색조를 띠고 있었다. 벽면을 따라 흐르는 은은한 조명과 산호, 해파리를 닮은 장식들은 우리가 지상에서 멀어져 심해의 안식처로 잠입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묵게 된 프리미엄 팰리스 룸의 문을 열자, 46제곱미터의 여유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셋이서 침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가위바위보가 벌어졌고, 결국 패배해 소파에 몸을 던진 친구는 오히려 해방감 섞인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서늘하고 빳빳한 침대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대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자, 방 안의 푸른 조명이 우리를 더 깊은 평온함 속으로 안내하는 것 같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 빗줄기가 방 안의 파란색과 섞여 묘한 수채화처럼 번져갔다. 편의점에서 사 온 과자 봉지를 뜯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실없는 농담들이 방 안을 채웠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맡긴 채, 오늘의 피로가 눅눅한 습기와 함께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우리는 이 푸른 공간이 주는 완벽한 고립을 만끽했다. 창밖의 빗줄기가 푸른 벽지에 겹쳐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 14층 딥 오션 플로어의 푸른 조명 아래서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기 - 비 오는 날, 호텔 근처의 수국 길을 따라 천천히 방황하며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