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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정적과 다채로운 소음

## 무채색의 정적과 다채로운 소음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건 압도적인 층고였다. 노출 콘크리트의 서늘한 무채색과 묵직한 원목 가구의 온기가 묘하게 섞여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섬처럼 라운지에 흩어져 있었고, 누군가는 노트북의 기계적인 타건음을, 누군가는 가이드북의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억지로 섞이길 강요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 그 여백이 주는 안도감이 좋았다. '여기라면 내 안의 소란을 잠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는 문을 열자마자 라운지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완전히 매료됐다. "와, 여기서 밤에 맥주 마시면 진짜 끝내주겠다!"라는 외침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터져 나왔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뿜어내는 낯선 활기가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다란 공용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짐을 풀었다. 엉망으로 뒤섞인 캐리어 속 소지품들을 보며 한참을 낄낄거렸다. 낯선 이들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친구들 사이의 편안함이 교차하는 지점, 그 뜨거운 공기가 우리를 금방 들뜨게 했다. ## 빗소리에 섞인 온기와 차가운 갈증 츄오구의 좁은 골목, 작은 식당에서 마주한 오코노미야키는 지독하게 뜨거웠다. 철판 위에서 재료들이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소리가 창밖의 빗소리와 겹쳐져 하나의 리듬처럼 들렸다. 진한 소스의 짭조름한 향이 습한 공기를 타고 코끝에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아삭하게 씹히는 양배추의 식감 뒤로 밀려오는 온기가 온몸으로 퍼졌다. 화려한 미식의 경험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허기진 상태에서 마주한 그 정직한 온도는 무엇보다 충분한 위로였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를 피해 도망치듯 들어간 식당. 창밖의 풍경은 온통 무채색의 회색빛이었지만, 우리 테이블 위 맥주잔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이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순간, 옷가지에 스며든 눅눅한 기분까지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옆 테이블에서 낮게 웅성거리는 일본어 대화와 우리의 시시콜콜한 농담이 섞여 묘한 화음을 만들었다. 그날의 맛은 음식보다도, 그 공간의 습도와 소음, 그리고 함께였다는 충만함이 결정했다. ## 우리가 유일하게 입을 모아 찬사한 것 결국 우리가 유일하게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낸 건 &AND HOSTEL HOMMACHI EAST의 더블 트윈룸 침대였다. 6월의 눅눅한 오사카 공기를 뒤로하고 빳빳한 시트 위에 몸을 던진 순간, 모든 피로가 증발했다. 유닛 배스의 뜨거운 물줄기에 팽팽했던 근육이 느슨하게 풀리는 감각이 좋았다. 세 사람의 캐리어를 다 펼쳐놓고도 여유로운 효율적 배치 덕분에 마음까지 넉넉해졌다. 우리는 천장을 보며 내일은 늦잠을 자자고 합의했다. 현관 앞에 나란히 세워진 젖은 우산들이 조금씩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 호텔에서 큐레이팅한 기모노 워크숍에 참여해 실크의 매끄러운 촉감을 느껴볼 것 - 이른 아침, 고요한 라운지에서 멍하게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를 관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