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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로비의 공기는 눅눅한 계절을 밀어내며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 오후 3시, 로비의 공기는 눅눅한 계절을 밀어내며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창밖의 오사카는 6월의 습기를 가득 머금은 채 무겁게 고요해져 있었다. 빗줄기는 가늘었지만 끈질겼고, 얇은 셔츠 자락이 피부에 눅눅하게 달라붙을 때마다 불쾌한 온도가 전신을 감쌌다. 우리는 하나의 우산 아래 어깨를 바짝 맞댄 채 帝国ホテル 大阪의 회전문에 몸을 실었다. 문이 한 바퀴 돌 때마다 바깥세상의 소음과 끈적한 공기가 정교하게 깎여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피부에 닿은 것은 정제된 냉기와 은은하게 감도는 고급스러운 시트러스 향이었다. 과하지 않은 서늘함이 젖은 옷가지 사이로 스며들자, 비로소 긴장이 풀리며 깊은 숨이 터져 나왔다. 체크인을 기다리며 시선을 옮긴 곳에는 매끄럽게 닦인 대리석 바닥이 거울처럼 천장을 비추고 있었고, 그 위로 사람들의 낮은 발소리가 리듬감 있게 깔렸다. 그때, 엄격한 전통과 권위가 느껴지는 공간 한복판에 뜬금없이 등장한 도어맨 복장의 스누피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제국 호텔이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한 역사성 사이에 놓인 작은 강아지의 이질적인 귀여움. 그 묘한 불균형이 우리를 무장해제 시켰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었다. "생각보다 훨씬 귀엽네." 네가 나직하게 속삭였고, 나는 그 말에 동조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로비 한쪽에서 들려오는 낮은 대화 소리는 이제 아득한 배경음이 되었고, 유리창 너머의 빗소리는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희미해졌다. 젖은 구두 끝에서 빗방울 하나가 툭, 하고 떨어져 깨끗한 바닥 위에 작은 점을 찍었다. 나는 그 작은 얼룩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강박과 여행자의 조바심이 그 빗방울과 함께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그저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6월의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도피처에 도착해 있었다. ## 밤 11시, 창밖의 강물 위로 도시의 파편들이 부서져 내리던 시간 인페리얼 플로어 주니어 스위트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압도적인 정적과 탁 트인 개방감이었다. 약 40제곱미터의 공간. 침대 끝에서 창가까지 걸어가는 일곱 걸음의 거리 동안, 나는 우리가 도시의 소란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었음을 실감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나란히 누워 통창 너머의 오사카를 응시했다. 높은 층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검은 비단 같은 강물 위로 도시의 불빛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물결을 따라 천천히 흩어지는 그 빛의 궤적은 마치 정교하게 짜인 황금빛 직물처럼 보였다. 피부에 닿는 시트의 감촉은 서늘하면서도 매끄러웠다. 고밀도 면사 특유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고, 적당한 온도의 공기 덕분에 굳이 이불을 끌어올릴 필요가 없었다. 한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함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깊은 대화가 되는 시간이었다. 너는 내 손가락 끝을 천천히 만지작거렸고, 나는 그 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필요 없었다.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누워 있다는 사실, 그 단순한 진실이 주는 충만함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약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룸서비스로 주문한 신선한 과일과 차가운 샴페인이 도착했다. 작은 접시에 담긴 과일의 진한 단맛이 혀끝에 퍼졌고, 잔 속에서 톡톡 터지는 샴페인의 기포 소리는 마치 우리만을 위한 작은 축하 공연처럼 들렸다. 내일의 일정이나 가야 할 곳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방 안의 은은한 조도와 적당한 온도,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창밖에는 여전히 가느다란 비가 내리고 있었다. 6월의 비는 끈질기지만, 이 견고한 방 안에서는 그 비조차 감미로운 배경음악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서서히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습한 공기와 마주해야 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상관없었다. 帝国ホテル 大阪가 제공하는 이 완벽한 정적 속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강물 위로 흩어지는 불빛들이 느린 호흡으로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