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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 배고픔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3월의 오사카 밤공기는 생각보다 서늘했다. 우메다역에서 내려 ホテル ヴィラフォンテーヌ グランド 大阪梅田 로비에 들어서기까지, 짧은 거리였지만 발끝에 닿는 공기는 제법 날카로웠다. 낮 동안 오사카성 주변을 배회하며 벚꽃 개화 시기를 두고 벌였던 소모적인 논쟁은, 결국 붉은 매화의 진한 향기 속에 묻혔다. 벚꽃이 없어 아쉽다는 투덜거림과 매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만족감이 나란히 걷는 우리의 보폭 사이에서 교차했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로비의 은은한 조명이 우리를 맞이했을 때,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가 정적을 깼다. "배는 안 고픈데, 뭔가 씹고 싶지 않아?" 그 말은 곧 신호탄이 되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밤거리로 나섰고, 편의점에서 고른 푸딩과 닭강정, 이름 모를 과자들이 든 검은 비닐봉지는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이번 여행의 작은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 ## 플라스틱 용기 위에 쏟아낸 진심들 스위트룸의 넓은 테이블 위에 편의점 전리품들을 쏟아냈다. 비즈니스 호텔의 효율성을 넘어선 넉넉한 공간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무릎이 닿지 않고도 편안하게 둘러앉아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나누었다. "야, 너 아까 오사카성에서 벚꽃 폈냐고 계속 물어봤을 때 진짜 웃겼어. 거의 집착 수준이었다니까?" 지훈이 기름진 닭강정을 씹으며 낄낄거렸다. 나는 차갑고 매끄러운 푸딩의 뚜껑을 천천히 벗기며 대답했다. "예보에는 3월 말부터라고 했잖아. 조금 일찍 폈을 수도 있지. 그리고 매화 색깔이 정말 진해서 좋았어." "결국 본 건 매화뿐이었지. 우리 이번 여행 계획 짠 사람 누구였지? 다시는 너한테 일정 맡기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깎아내리는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목소리에는 날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쓸데없는 대화가 스위트룸의 세련된 공기를 더 편안하게 채웠다. 편의점 푸딩은 혀끝에서 차갑고 달콤하게 녹아내렸고, 닭강정은 적당히 짭조름한 기름기로 입안을 채웠다. 화려한 미쉐린 식당의 요리는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좁은 테이블에 붙어 앉아 나누어 먹는 이 소박한 맛이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망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맸던 낯선 골목의 눅눅한 냄새, 주문을 잘못 해서 나온 정체불명의 음식들. 그런 엉망진창인 순간들이 모여 비로소 여행이라는 이름의 퍼즐이 완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소음이 걷힌 자리의 온기 음식들이 사라지고, 소란스러웠던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각자 씻으러 들어갈 시간이 되자, 방 안에는 기분 좋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미라블 제로 샤워헤드였다. 물을 트는 순간, 피부에 닿는 물줄기는 일반적인 샤워기와는 전혀 달랐다. 울트라 파인 버블이 피부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굴러다니는 기분이었는데, 마치 아주 고운 비단 한 겹을 몸에 두르는 듯한 매끄러움이었다. 호텔 내 스파 시설의 정취가 욕실까지 이어진 듯, 낮 동안의 피로와 오사카 시내의 소음이 물줄기와 함께 씻겨 내려갔다. 욕실을 나와 빳빳하면서도 포근한 스위트룸의 침구에 몸을 던졌다. 천장을 바라보며 가만히 누워 있자니, 방금 전까지 나누었던 시시한 농담들이 공기 중에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고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었지만, 깨끗하게 씻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내일은 또 어디서 길을 잃을지 상상하는 이 순간이 충분히 완벽했다. 무용한 것들이 주는 안락함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창밖으로 보이는 오사카의 야경은 여전히 보석처럼 반짝였지만, 나는 그 풍경보다 내 손끝에 남은 푸딩의 단맛과 방 안의 고요한 온도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내일은 또 어디서 길을 잃게 될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눈을 감는다. - 편의점의 차가운 커스터드 푸딩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 조합을 추천한다. - 우메다역 근처에서 갓 구운 타코야키를 사 와 룸서비스처럼 즐겨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