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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호텔을 찾는지 내기를 했다. 요도야바시역에서 도보 3분 거리라는데, 우리는 꼬박 10분을 헤맸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누가 먼저 호텔을 찾는지 내기를 했다. 요도야바시역에서 도보 3분 거리라는데, 우리는 꼬박 10분을 헤맸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뺨을 때렸지만, 길을 잘못 든 내 탓에도 누구 하나 타박하지 않았다. ザ ロイヤルパークホテル アイコニック 大阪御堂筋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시그니처 향기와 함께 지나치게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이 우리를 맞았다. 낡은 캐리어 바퀴가 내는 투박한 소음이 정적을 깨뜨렸지만, 그 불협화음마저 여행의 시작처럼 느껴져 나쁘지 않았다. --- 25층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접시 위에 놓인 연어 마리네의 선명한 주황빛이 시선을 끌었다. 입안에서 톡 터지는 짭조름한 풍미가 겨울의 한기를 단숨에 씻어내렸다. 라이브 키친에서 갓 구워낸 오믈렛은 갓 구운 빵처럼 폭신했고, 한 입 베어 물자 비 오지 않는 뭉게구름을 삼킨 듯한 부드러움이 퍼졌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는 대신, 접시 위의 작은 성찬을 비우는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 "이그제큐티브 코너 딜럭스라니, 우리 지금 성공한 사람 흉내 내는 거야?" 친구가 짐을 풀며 툭 던졌다. 나는 대답 대신 60제곱미터의 광활한 공간을 팔로 크게 가리켰다. 빳빳한 흰색 침대 두 대가 놓여 있고도 넉넉한 여백. 서로의 숨소리가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여유가 동시에 찾아왔다. 우리는 그저 운 좋은 관광객일 뿐이었지만, 그 적당한 간격이 주는 안도감이 꽤 마음에 들었다. --- 오후 3시, 라운지 가득 퍼지는 오가와 커피의 쌉싸름한 향기. 우리는 세 시간 동안 창밖의 미도스지 거리만 멍하니 바라봤다. 누군가 이걸 '전략적 휴식'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은 그저 한 발자국도 걷기 싫었을 뿐이다. 아트 오브 티의 허브티 잔에서 피어오른 하얀 김이 안경알에 뽀얗게 서렸다. 닦아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흐릿하게 뭉개진 세상이 오히려 더 다정하고 편안하게 느껴졌으니까. --- 밤이 깊어지자 미도스지의 불빛들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25층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누군가 실수로 엎지른 보석 상자처럼 찬란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화려한 조명보다 몸을 깊숙이 파묻게 만드는 라운지 소파의 벨벳 같은 촉감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지는 관계라는 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였다. --- 침대 시트는 빳빳하게 다려져 살짝 서늘한 감촉이 났다. 하지만 몸을 뉘었을 때 전해지는 포근함은 정확히 내가 원하던 온도였다. 방 안의 공기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조절되어 피부에 닿는 감촉이 매끄러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늦게 일어나기로 했다. 알람을 끄는 손가락 끝에 닿는 쾌적한 정적이 기분 좋게 머물렀다. --- 그랜드 프론트 오사카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나섰을 때, 예상보다 훨씬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쳤다. 코끝이 빨갛게 익어버린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30분 만에 ザ ロイヤルパークホテル アイコニック 大阪御堂筋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따뜻한 로비의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순간, 밖에서의 추위는 오히려 달콤한 기억으로 변했다. 젖은 신발 끝이 조금 무거웠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였다. --- 12월의 오사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유명한 명소를 바쁘게 훑는 것보다, 좋은 호텔 라운지에서 친구들과 시시한 농담을 나누는 시간이 훨씬 밀도 높았다. 생산성 없는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하나의 여행이 된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낼 것이다. 코트 주머니 속의 손이 기분 좋게 따뜻했다. - 25층 라운지에서 미도스지의 야경을 안주 삼아 칵테일 한 잔, 꼭 해봐. - 이그제큐티브 룸의 넓은 공간에서 아무 생각 없이 뒹굴거리는 사치를 누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