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화의 6월은 공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젖은 천 같았다. 습도 79퍼센트. 숨을 들이켤 때마다 눅눅한 수건을 코끝에 댄 것처럼 무거운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피부 위로 끈적하게 달라붙는 열기 때문에 우리는 땀으로 젖은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여행의 긴장이 그 틈을 통해 조금씩 느슨해지는 기분이었다. 309 B&B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에어컨 스위치를 올리는 것이었다. 기계가 낮은 웅웅 소리를 내며 차가운 공기를 뱉어냈고, 그 서늘한 바람이 땀에 젖은 목덜미를 스쳤을 때 비로소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이제야 살 것 같아"라는 짧은 탄성이 방 안에 낮게 퍼졌다.
정갈하게 정돈된 방 안, 짐을 풀다 발견한 안내문에는 지구를 생각하는 정책으로 일회용 세면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칫솔 챙겼어?" "당연히 네가 챙긴 줄 알았지." 서로를 바라보는 당혹스러운 시선 끝에 결국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작은 실수조차 여행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었다. 근처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 불과 2분 거리의 식당에서 풍겨오는 진한 간장 냄새가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홀린 듯 들어간 곳에서 마주한 돼지덮밥은 갓 지은 밥 위에 윤기가 흐르는 고기가 듬뿍 얹어져 있었다. 짭조름한 양념과 비계의 고소함이 입안에서 어우러질 때, 낯선 도시에서의 허기는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바뀌었다. 다시 돌아온 방, 하얀 시트의 서늘하고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살결에 닿는 순간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깊은 숨을 내뱉었다. 나쁘지 않은, 아니 꽤 근사한 시작이었다.
밤 11시, 젖은 아스팔트 위로 흐르는 낮은 대화
예고 없이 쏟아진 소나기가 창문을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비가 그친 뒤 밖으로 나서자, 뜨겁게 달궈졌던 아스팔트가 식으며 특유의 비릿하면서도 신선한 흙내음이 공기 중에 흩날렸다. 우리는 우산 하나를 나눠 쓴 채 천천히 걸었다. 어깨 한쪽이 조금씩 젖어 들어갔지만, 서로에게 밀착된 온기가 더해져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졌다. 6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무거웠으나, 빗줄기가 깨끗이 씻어낸 거리의 풍경은 한층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세상의 채도가 한 단계 높아진 것만 같았다.
조금 더 걸어 닿은 야시장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사람들의 웅성거림, 무언가를 튀기는 경쾌한 소리가 뒤섞인 색채의 만화경 같았다. 읽을 수 없는 메뉴판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저 가장 긴 줄이 늘어선 곳에 몸을 맡겼다. 이름 모를 간식을 한 입 베어 물자 예상치 못한 달콤함이 혀끝을 자극했다. 내 입가에 묻은 소스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닦아내며 웃어주던 당신의 다정함. 그 찰나의 온기가 야시장의 소란함보다 더 크게 마음속에 다가왔다.
다시 309 B&B로 돌아오는 길은 고요했다. 정숙을 부탁하는 안내문처럼, 복도에는 우리의 낮은 발소리만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방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고 나란히 누운 우리는 천장의 무늬를 세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일은 어디로 갈까?" "그냥 계속 이렇게 누워 있을까?" 정답이 없는 질문들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고른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언가를 더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거리,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 같았다.
빗방울이 맺힌 창밖으로 창화의 여름밤이 깊게 고요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