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나무 위에서 나눈 대화
"여기 정말 신혼부부들만 이용했던 곳일까?" 그녀가 카운터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훑으며 물었다. 서늘한 나무의 질감이 그녀의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듯했고, 공기 중에는 오래된 종이와 먼지가 섞인 특유의 향취가 감돌았다.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대답했다. "글쎄, 아마 그랬겠지. 그 시절엔 이게 가장 근사한 낭만이었을 거야." "지금은 아무도 없네."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의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래서 더 좋은 거 아닐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만 이 공간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내 말에 그녀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오래 바라보는 대신, 카운터 위에 내려앉은 먼지 섞인 오후의 햇살을 함께 바라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따뜻하고 묵직하게 채웠다.무용한 것들이 주는 완전한 안도감
체크아웃을 하고 돌아온 뒤에도 그 나무 바의 서늘한 감촉은 오래도록 기억의 잔상으로 남았다. 그것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겹겹이 쌓인 시간의 나이테이자 누군가의 설렘이 응축된 결정체 같았다. 창화 인산 호텔은 도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은 거대한 저장소였다. 일제 강점기 '대삼목재제조소'였던 자리에 세워진 이곳은, 나무를 다루던 이들의 정직한 성실함이 층마다 깊게 배어 있었다. 2층 엘리베이터 앞에 놓인 히노끼 사무용 책상과 낡은 금고를 보며,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성취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현대의 강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3인 가족실의 특급 독립 스프링 매트리스는 몸의 긴장을 부드럽게 흡수했고, 그 위에 누우면 마치 깊은 숲속의 이끼 위에 누운 것처럼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는 기분이 들었다.호텔 밖으로 나가 300년의 역사가 겹겹이 쌓인 '소서항'의 좁은 골목을 걸었다. 11월의 창화는 22도의 적당한 온도로, 피부에 닿는 공기가 마치 잘 다듬어진 리넨 셔츠처럼 쾌적하고 보드라웠다. 우리는 서둘러 목적지를 찾지 않고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느릿하게 걸었다. 때로는 내가 앞서가고, 때로는 그녀가 먼저 걷다가 멈춰 서서 낡은 벽돌담의 색깔을 관찰했다. 저녁에는 호텔 맞은편 '아장육원'에서 쫀득한 피와 달콤하고 끈적한 소스가 어우러진 고기완자를 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소스의 진한 풍미는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한 맛이었고, 그것은 이 도시가 가진 성격과 닮아 있었다. 낡은 복도의 삐걱거리는 소리, 오래된 나무의 짙은 향기, 그리고 뺨을 스치는 적당한 온도의 바람. 그 모든 무용한 것들이 오히려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거창한 사랑의 맹세나 힘내라는 응원 대신, "이 침대 정말 편하다"거나 "육원이 정말 맛있네"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말들을 주고받았다. 창화 인산 호텔이 주는 안도감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어떤 속도로 함께 나이 들어가야 할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창밖으로 11월의 낮은 햇살이 금빛 자수처럼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 호텔 맞은편 '아장육원'에서 달콤한 소스의 고기완자를 꼭 맛보길 권한다.
- 시간이 된다면 인근의 '선형 차고'까지 천천히 걸어가 철길의 정취를 느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