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창화는 낮게 내려앉은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공기는 적당히 차갑고 습도는 76퍼센트. 피부에 닿는 감촉이 눅눅하기보다 오히려 보드라운 수건처럼 쾌적했다. 우리는 세 명의 가족이 넉넉히 쉴 수 있는 트리플 룸에 짐을 풀었다. 창화 인산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1970년대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특유의 고즈넉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커다란 침대 하나와 작은 침대 하나.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 위로 다이빙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곳은 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이었다고 한다. 세월의 흔적은 곳곳에 묻어 있었지만, 낡았다는 것은 곧 익숙하고 다정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기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아이의 외침에 나는 미소 지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대단한 무언가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누워 있고, 느릿하게 걷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 소박한 리듬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시간의 결을 따라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
히노끼 사무용 책상: 2층 예술 공간에 놓인 묵직한 나무 책상. 일제강점기 목재소의 기억을 품은 진한 삼나무 향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고, 손끝에 닿는 나뭇결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만큼 단단하고 매끄러웠다. 첫째가 이 책상 위에 그림을 그려도 되냐고 조심스레 물었을 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된 나무라면 아이의 서툰 낙서조차 따스하게 품어줄 것만 같았다. (첫째가 발견)
3층의 여중 카운터: 이제는 쓰지 않는 작은 서비스 데스크. 60년대 고급 호텔의 상징이었던 안내원들이 차와 담배를 건넸을 이곳에는 정적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먼지 섞인 햇살이 비치는 그곳을 보며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사라진 서비스의 형태가 낯설면서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아빠, 여기 과자 가게였어?"라고 묻는 아이들의 천진함이 정적을 깨웠다. (내가 발견)
아장 육원의 달콤한 소스: 호텔 맞은편 식당에서 만난 육원의 진한 맛. 끈적하고 달콤한 찹쌀 소스가 입안 가득 퍼지며 혀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2월의 쌀쌀한 바람이 뺨을 스칠 때, 입안에서 터지는 뜨거운 육원의 온기는 무엇보다 확실한 위로였다. 둘째가 입가에 소스를 잔뜩 묻히고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았을 때, 여행의 목적은 결국 이런 찰나의 행복임을 깨달았다. (둘째가 발견)
7층 허니문 전용 카운터: 신혼부부만을 위해 설계된 바 형태의 우아한 카운터. 지금은 머리가 희끗해졌을 그 시절의 연인들이 이곳에서 설렘을 샀을 것이다. 아내가 그 독특한 곡선미를 유심히 살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굳이 손을 잡지 않았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하게 차올랐다. (아내가 발견)
바구아산의 월영 등불: 밤공기를 가르며 찾아간 등불 축제의 풍경.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는 등불들이 산책로를 따라 금빛 강물처럼 이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작은 제등을 하나씩 들고 앞다투어 뛰어갔고, 차가운 밤바람에 코끝이 찡해질 때마다 등불의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아빠, 빛이 꼭 별 같아!"라고 말한 막내의 눈동자에 작은 별 하나가 맺혔다. (막내가 발견)
아이들이 엉켜 잠든 침대 곁에서 창화 인산 호텔 창밖으로 흐르는 창화의 밤을 보았다.
- 아장 육원에서 찹쌀 소스의 달콤한 육원을 꼭 맛보세요. 투숙객 혜택을 확인하면 더욱 좋습니다.
- 바구아산 대불 풍경구의 등불 축제와 부채꼴 차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천천히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