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구이 민수의 문을 열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거실 한가운데를 묵직하게 차지한 마작 테이블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승부를 겨루는 도구겠지만, 우리 가족에게 그곳은 때로는 임시 식탁이 되었고, 때로는 아이들의 장난감 기지가 되었다. 둘째가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모습이 마치 거실 바닥에 덩그러니 떠 있는 작은 섬 같았다. 그 주변으로 짝 잃은 양말 한 짝과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가 흩어져 있었다. 2월의 창화는 낮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거실의 커다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넷플릭스의 푸르스름한 화면은 방 안을 적당한 온도로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은 소파 베드에 엉겨 붙어 누가 리모컨을 잡을 것인지로 치열한 실랑이를 벌였다. 그 모습이 꼭 톱니바퀴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낡은 시계 같았지만, 나는 그 불협화음이 싫지 않았다. "그냥 둬, 이게 여행이지." 나는 정리하라는 말 대신 그 무질서 속에 함께 눕기로 했다. 벽지에 스민 은은한 오후의 빛과 아이들의 소란함이 섞여, 이곳이 낯선 타국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엇박자의 노래가 채운 정직한 휴식
거실 한구석에 놓인 샤오미 노래방 마이크가 아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첫째가 그것을 낚아채듯 집어 들더니 갑자기 대가수가 된 양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음정은 갈 길을 잃었고 박자는 제멋대로였지만, 둘째가 합세하면서 거실은 순식간에 작은 콘서트홀로 변했다. 서로 더 크게 부르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했다. 나는 그 소음의 한복판에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는 창화 시내의 일상적인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낮게 깔렸고, 안에서는 아이들의 엇박자 노래가 천장을 때렸다. 체크인 전, 짐을 맡아주겠다며 환하게 웃던 주인장 메이플 씨의 담백한 환대가 떠올랐다. 그 친절한 목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리고, 그 위로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노래가 겹쳐졌다. 누군가는 시끄러운 소음이라 하겠지만, 내게는 이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휴식으로 들렸다. 노래가 끝나고 갑자기 찾아온 정적 속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낄낄거리는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짧은 여운이 꽤 괜찮았다.
서늘한 금속과 바스락거리는 안식의 감촉
셀프 체크인을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던 키박스의 금속 질감은 2월의 새벽 공기만큼이나 차가웠다. 손끝에 닿는 그 서늘함이 오히려 몽롱했던 정신을 맑게 깨워주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매일 교체된다는 빳빳한 시트가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에 몸을 던졌고, 나는 그 시트가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빳빳한 촉감을 가만히 느껴보았다. 깨끗하게 세탁된 면의 감촉은 피부에 닿을 때마다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욕실은 하나뿐이었고 건식과 습식의 구분이 모호했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일까. 아이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복도에서 발을 구르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그 조급함마저 이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2월의 창화는 습도가 적당해 쾌적했다. 창문을 살짝 열었을 때 밀려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방 안의 온기와 부딪혀 묘한 쾌적함을 만들어냈다.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내가 푸구이 민수에 와 있다는 사실이 피부 끝으로 전해졌다.
달콤한 우유와 쫀득한 육원의 기억
민숙에서 도보로 조금만 나가면 만날 수 있는 60년 전통의 파파야 우유 가게로 향했다. 컵에 담긴 우유는 생각보다 진했고, 신선한 파파야 특유의 은은한 쌉싸름함이 단맛 끝에 길게 매달려 있었다. 아이들은 입가에 하얀 우유 거품을 묻힌 채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료인 양 들이켰다. 저녁에는 창화의 명물인 육원을 먹었다. 쫀득한 피 속에 든 대나무 순의 아삭한 식감과 그 위에 듬뿍 얹어진 끈적하고 달콤한 찹쌀 소스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소스가 옷에 묻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마작 테이블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남은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화려한 코스 요리는 아니었지만, 좁은 테이블에서 어깨를 맞대고 앉아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먹는 그 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특별한 미식의 경험이라기보다, 함께 먹었다는 사실이 주는 정서적 포만감이 훨씬 컸다. 배가 부르자 아이들의 움직임이 느려졌고, 거실에는 다시금 평화로운 나른함이 찾아왔다.
새벽 안개와 갓 세탁한 수건의 향기
이른 아침, 창문을 열자 창화의 2월을 상징하는 짙은 안개가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것은 젖은 흙 냄새와 차가운 물기, 그리고 알 수 없는 풀냄새가 섞인 냄새였다. 마치 거대한 수묵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개 너머로 바구아산의 등불 축제 소식이 들려왔지만, 나는 굳이 서둘러 나가지 않았다. 방 안에는 주인장이 세심하게 신경 쓴 듯한 은은하고 깨끗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마치 갓 세탁한 수건에서 날 법한 포근한 냄새였다. 그 향기가 안개의 축축함과 섞여 요동치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아이들은 아직 꿈속을 헤매고 있었고, 나는 그 고요한 공기 속에 잠시 머물렀다. 생산성 없는, 무용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무용함이 역설적으로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밖으로 나가면 다시 소란스러운 육아의 현장이 시작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안개 냄새와 민숙의 향기 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리모컨을 쥔 채 잠든 아이들의 얼굴 위로 2월의 햇살이 내려앉았다.
- 마작 테이블을 식탁 삼아 현지 육원과 파파야 우유를 배달시켜 가족만의 파티를 즐겨보세요.
- 바구아산 대불 풍경구의 월영등제는 해 질 녘에 방문해야 가장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