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 좁았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했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애썼다. 장화 시내의 소음이 조금씩 멀어질 때쯤, 끝에 파란색 나무 문이 보였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그 작은 틈이 눈에 들어왔다. 문 옆에는 낡은 베스파 스쿠터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6월의 습도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숨을 골랐다. 이곳의 이름은 H1967. 집이 지어진 연도를 그대로 이름으로 썼다. 정직한 이름이다. 화려한 간판 대신 작은 나무 표지판이 바람에 흔들렸다. 우리는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은 서로의 눈치를 보는 단계였다. 공기는 무거웠지만, 그 무게가 나쁘지 않았다.
삐걱이는 나무 계단과 느려지는 호흡
발바닥에 닿는 테라조 바닥이 서늘했다. 매끄러운 돌의 촉감이 발등까지 전해졌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편백나무로 만든 계단이 나타났다. 한 칸씩 밟을 때마다 나무가 낮게 삐걱거렸다. 오래된 집이 내는 정직한 소리였다. 계단 난간의 나뭇결을 손끝으로 훑었다. 거칠면서도 따뜻했다. 55년이라는 시간이 나무 속에 층층이 쌓여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바깥의 소음은 더 희미해졌다. 대신 오래된 종이 냄새와 마른 나무 냄새가 섞여 났다. 너의 숨소리가 조금 더 가깝게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서두르지 않았다. 그냥 이 느린 박자에 몸을 맡겼다.
재봉틀 세면대와 우리만 남은 방
우리가 묵은 곳은 '부모님 방'이었다. 방 안에는 나무 가구들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세면대였다. 낡은 재봉틀을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쇠붙이의 차가운 질감 위에 하얀 세면볼이 얹혀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자 물이 쏟아졌다. 물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깨뜨렸다. 손을 씻고 고개를 드니 창밖으로 작은 중정이 보였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독립 스프링 매트리스는 몸의 곡선을 부드럽게 받아냈다. 천장의 삼나무 서까래가 격자무늬로 펼쳐져 있었다. 누군가의 기억이 머물다 간 자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너는 옆으로 돌아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의 손가락 끝이 시트 위에서 가볍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충분했다. 침대 시트에서 갓 세탁한 비누 향이 났다. 그 향기가 방 안의 공기를 포근하게 감쌌다.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누워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와 달콤한 조각
오후가 되자 느닷없이 소나기가 쏟아졌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규칙적이었다. 우리는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 비에 젖은 중정의 식물들이 더 짙은 초록색으로 변했다. 공기는 순식간에 씻겨 내려가 쾌적해졌다. 미리 사 온 부어팡의 단황수를 꺼냈다. 금빛 껍질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식감 뒤로 붉은 팥소의 달콤함과 노란 달걀노른자의 짭조름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입안에서 온도가 섞이는 느낌이 좋았다. 시원한 파파야 우유 한 잔을 곁들였다. 진하고 걸쭉한 우유의 맛이 혀끝에 남았다.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흙냄새가 올라왔다. 우리는 젖은 거리와 멀리 보이는 팔괘산의 능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여기 있다는 것, 그리고 옆에 네가 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한 여행이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창밖의 빗물이 마르고, 우리는 다시 함께 걷기 시작했다.
- 부어팡의 단황수는 갓 나왔을 때보다 살짝 식었을 때 껍질의 바삭함이 더 살아난다.
- H1967의 재봉틀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며 오래된 나무의 향을 깊게 들이마셔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