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화역에서 내려 숙소로 향하는 길, 2월의 공기는 알싸하게 코끝을 스쳤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제법 서늘했다. 아이의 뺨은 이미 잘 익은 사과처럼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 안으로 꺾어 들어갔을 때, 아이는 갑자기 자석에 이끌린 듯 걸음을 멈췄다. 길가에 무심하게 늘어선 화분들과 세월의 때가 탄 투박한 벽화들, 그리고 그 끝에 수줍게 서 있는 터키블루 색의 조각 나무문.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엄마, 여기 비밀 기지야?" 아이에게 이곳은 예약된 숙소가 아니라, 지도에도 없는 보물섬의 입구이자 어른들은 모르는 비밀 아지트였다. 문을 열자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와 함께 묵직한 세월의 향기가 훅 끼쳐왔다. 아이는 신발을 벗기도 전에 거실 한복판으로 달려갔고, 발바닥에 닿는 서늘하고 매끄러운 테라조 바닥의 감촉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어른들이 체크인 절차나 건축 연도라는 무용한 숫자에 매몰될 때, 아이는 바닥의 작은 돌 알갱이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읽어내며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이 공간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택이 아니라, 마음껏 탐험해도 좋다고 허락된 거대한 놀이터였다.
재봉틀 세면대에서 시작된 꼬마 탐험가의 모험
아이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몰랐다. 거실 구석에 놓인 낡은 텔레비전과 다이얼 전화기, 그리고 손때 묻은 주판 앞에서 아이는 한참을 서성였다. 1967년에 지어진 집이라는 설명은 아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옛날 사람들이 쓰던 신기한 마법 도구'일 뿐이었다. 특히 아이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H1967의 백미인 욕실의 세면대였다. 누군가의 옷을 정성껏 짓던 재봉틀을 개조해 만든 독특한 세면대. 아이는 차가운 금속 위에 작은 손을 올리고는 이게 정말 옷을 만들던 기계였는지 몇 번이고 물었다. 수도꼭지를 틀자 솨아아 쏟아지는 물소리가 좁은 욕실 안에 맑게 울려 퍼졌고, 공기 중에는 촉촉한 물비린내와 비누 향이 섞여 들었다. 아이는 비누 거품을 몽글몽글하게 내어 재봉틀의 쇠 부분에 문지르며 자신만의 '세차 놀이'에 몰입했다. 우리는 그 소란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첫째는 구석에 놓인 1972년도 중앙일보 신문을 발견하고는 낯선 글자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려 애썼고, 둘째는 여전히 테라조 바닥 위에 누워 천장의 나무 무늬를 세고 있었다. 2월의 나른한 햇살이 좁은 창틈으로 스며들어 바닥에 길게 누웠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편백나무 계단을 타고 2층까지 맑게 울려 퍼졌다. 세련된 대리석 호텔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조금은 헐겁고 투박해서 더 다정한 온기였다. 근처 대원마서에서 사 온 달콤한 타로 과자를 나눠 먹으며, 아이들은 이 낡은 집의 모든 구석을 자신들의 영토로 선포했다.
아이의 숨소리 너머로 찾아온 편백나무의 위로
소란스럽던 공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집은 비로소 본연의 얼굴을 드러냈다. 독립 스프링 매트리스의 포근함이 아이들의 깊은 잠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방 안에는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안개처럼 고였다. 나는 2층 창가에 기대어 밖을 보았다. 좁은 골목은 이제 완전히 어둠에 잠겼고, 멀리 바구아산에서 들려오는 월영등축제의 소란함이 아주 희미한 파도 소리처럼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낮 동안의 소란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밀도 높은 정적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천천히 밟고 내려와 거실에 앉자, 5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나무들이 습기를 머금은 채 묵직한 숨을 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낮에 아이가 만졌던 재봉틀 세면대의 물기가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채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녁으로 먹었던 고기완자의 끈적하고 달콤한 소스 맛이 입안에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 2월의 창화는 생각보다 다정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그저 H1967의 서늘한 바닥에 발을 딛고 누워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하러 온 여행이 아니었다. 그저 다른 곳에서, 다른 속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 아이들이 깰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정적 속에 머물렀다. 편백나무의 향이 코끝에 닿을 때마다 마음의 팽팽했던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꽤 완벽한 밤이었다.
낡은 나무 문틈으로 스며든 달빛이 아이의 발등 위에 잠시 머물다 갔다.
- 아이와 함께 바구아산의 월영등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따뜻한 파파야 우유 한 잔을 나눠 마셔보세요.
- 테라조 바닥에서 아이와 함께 보물찾기 놀이를 하며, 집안 곳곳의 오래된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