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창화는 습한 여름의 끝자락과 서늘한 가을의 시작이 묘하게 겹쳐 있는 경계의 도시였다.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에는 아주 미세한 냉기가 섞여 있었지만, 피부에 닿는 공기는 여전히 눅눅했다.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번 여행의 유일한 합의점은 밤 11시, 누군가의 칭얼거림 한 번에 허망하게 무너졌다. 우리는 홀린 듯 남곽루 거리로 나서 끈적한 소스가 묻은 고기완자와 이름 모를 현지 간식들을 비닐봉지 가득 담았다. 화수 컬처 호텔로 돌아오는 길, 팔각산의 완만한 경사를 오르며 봉지 속 음식의 온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비닐봉지가 걸음마다 바스락거리며 내는 소리는 마치 작은 축제 같았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붉은 벽돌 가마를 형상화한 둥근 천장이 우리를 맞이했고, 무채색 바닥 위로 밤의 정적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우리는 라인으로 전송된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마치 허락되지 않은 공간에 잠입하는 비밀 요원이 된 것 같은 묘한 설렘을 안고 방으로 들어섰다.
달콤한 소스와 무용한 대화들
"이 소스, 생각보다 너무 단 거 아니야? 거의 잼 수준인데."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은 친구가 입술 주변에 갈색 소스를 묻힌 채 투덜거렸다. 우리는 럭셔리 더블룸의 넓은 공간 속에 흩어져 앉았다. 방 한편에 마련된 아늑한 다다미 공간과 빈티지한 멋이 살아있는 복고풍 소파가 우리의 소란스러움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원래 창화 스타일이래. 넌 너무 까다로워, 그냥 이 달콤함을 즐겨."
"까다로운 게 아니라 내 미각이 정직한 거지. 이건 거의 디저트 수준이라고."
우리는 화이트 시멘트와 나무색이 어우러진 건조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배경 삼아 낄낄거렸다. 군더더기 없는 공간 덕분에 서로의 얼굴이 더 가감 없이 보였고, 덕분에 대화는 더 솔직하고 유치해졌다.
"근데 아까 1층 보안요원 아저씨랑 눈 마주쳤을 때 그 기분 알아? 너무 친절하신데 왠지 내가 여기서 뭘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건 네 인상이 원래 좀 수상해서 그런 거고."
"뭐라고?"
우리는 서로를 툭툭 치며 남은 간식들을 해치웠다. 창밖으로는 팔각산의 짙은 밤색 풍경이 깔려 있었고, 가끔 들려오는 먼 곳의 자동차 소음은 오히려 실내의 정적을 돋보이게 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먹고, 떠들고,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고도화된 전략이었다.
포만감이 남긴 투명한 침묵
비닐봉지가 깨끗하게 비워지자, 방 안에는 달큰한 소스 잔향과 낮은 숨소리만 남았다. 우리는 각자 텀블러를 들고 복도로 나가 정수기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받아 왔다. 복도의 하얀 벽면은 조명을 받아 매끄럽게 빛났고, 가끔 들리는 보안요원의 규칙적인 발소리가 이곳이 안전한 안식처임을 상기시켰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화수 컬처 호텔의 두툼하고 묵직한 침구 세트가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며 깊은 늪으로 고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빳빳한 시트의 감촉은 마치 깨끗하게 세탁된 기억 속에 파묻히는 것 같았다. 창틈으로 스며든 9월의 밤공기가 살결을 가볍게 건드렸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려 몸을 말았다. 배부른 안락함 속에서 더 이상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은, 완벽한 고요의 상태. 그것은 그 어떤 성취감보다 더 확실한 만족이었으며, 우리가 공유한 가장 깊은 유대감이었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 서로의 숨소리만 나란히 누워 있었다.
- 남곽루 거리의 쫀득한 고기완자와 달콤한 소스 조합
- 부이팡의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달걀 노른자 페이스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