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여전히 서로의 엉뚱한 실수를 떠올리며 웃고 있을까. 코끝을 스치던 창화의 건조한 공기와 목적 없이 헤매던 거리의 소음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 이 기록이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라. 우리는 그때 정말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남아있을 네 가지의 조각들
- 녹슨 보일러와 작은 전구들의 온기: 발코니 한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낡은 보일러 위로 촘촘하게 매달린 전구들이 호박색 빛을 내뿜으며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비릿한 철 냄새와 따스한 빛이 묘하게 섞인 그 풍경을 보며 "저거 진짜 켜질까?"라고 내기하던 우리의 철없는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낡은 철제의 거친 질감과 대비되는 부드러운 조명, 그리고 틈새로 스며들던 서늘한 밤바람은 마치 오래된 기억의 조각을 만지는 기분이었다.
- 유리 벽돌 사이로 흐르던 서늘한 정적: 진청 호스텔의 내부는 투명한 유리 벽돌과 붉은 벽돌, 그리고 차가운 금속판들이 겹겹이 쌓인 묘한 공간이었다. 손끝에 닿는 벽의 서늘한 촉감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고, 2층 여성 전용실과 3층 남성 전용실로 나뉘어 흩어졌을 때 복도를 가득 채웠던 우리의 시끌벅적한 대화는 그 적막을 기분 좋게 깨뜨렸다. 금속 바닥을 울리던 발소리와 은은하게 풍기던 오래된 건물 특유의 눅눅한 향기가 그 공간의 정체성을 완성하고 있었다.
- 파파야 우유의 쌉쌀한 여운: 60년 세월을 견딘 낡은 가게의 나무 탁자에 앉아 마신 파파야 우유는 혀끝을 강하게 자극하는 단맛 뒤에 아주 옅은 쓴맛이 숨어 있었다. "이게 신선한 거야, 아니면 그냥 그런 거야?"라며 10분 넘게 진지하게 논쟁하던 순간과 끈적한 소스를 듬뿍 찍어 먹던 육원의 탱글한 식감이 그날의 습한 공기와 함께 기억에 각인되었다. 가게 밖으로 들려오던 시장의 소란스러움과 달콤함과 쌉쌀함이 공존하던 그 맛은 마치 우리의 서툰 여행과 닮아 있었다.
- 겨울밤을 수놓은 거대한 로디 말: 팔괘산 등불 축제의 화려한 빛무리 사이로 뜬금없이 등장한 거대한 로디 말 인형의 황당한 규모와 원색의 색감에 우리는 그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1월의 칼바람이 뺨을 때려 코끝이 찡하게 얼얼했지만, 하늘 보행로의 거친 난간을 잡고 내려다본 유치하고도 찬란한 빛의 바다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몽환적인 기분을 선사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서로의 온기에 기대어 걷던 그 밤의 온도가 여전히 선명하다.
5년 뒤, 이 시간 캡슐을 다시 열어본다면
아마 우리가 나눴던 구체적인 대화들은 흐릿해졌겠지만, 나선형 계단을 타고 수직으로 쏟아지던 빛의 기둥과 그 속에서 느릿하게 유영하던 먼지들은 기억날 것이다. 창화역에서 2분 거리인 진청 호스텔의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졌던 적당한 포근함,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장을 바라보던 무용한 시간이 사실은 가장 밀도 높은 휴식이었음을 깨닫게 되겠지. 화려한 풍경보다 골목의 눅눅한 냄새나 커피 자국 같은 사소한 얼룩들이 그날의 온도를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다.
차가운 금속 손잡이를 잡았을 때 전해지던 묵직한 온기.
- 창화역에서 내리자마자 2분 거리의 숙소에 짐을 던져두고 가벼운 몸으로 여행을 시작하라.
- 1월의 팔괘산 등불 축제는 밤바람이 매우 매서우니 반드시 두툼한 겉옷을 챙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