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에서 반쯤 녹아 끈적해진 사탕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2월의 창화가 가진 눅눅한 공기를 깊게 들이켰다. 피부에 닿는 온도는 17도쯤, 적당히 서늘하면서도 습한 기운이 얇은 셔츠 깃 사이로 스며들어 기분 좋은 소름을 돋게 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아끼며 지우하오 행관으로 향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제8플랫폼'이라는 가짜 승강장은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정교하게 꾸며진 그 인위적인 공간, 차가운 타일의 질감과 낡은 표지판의 색감 속에서 우리는 진짜가 되어야 한다는 세상의 압박을 잠시 내려놓았다. "여기선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될 것 같아." 나지막한 속삭임과 함께 우리는 어디로든 떠나는 기차를 기다리는 척하며 정지된 시간 속에 머물렀다. 실제로는 아무 곳에도 갈 필요가 없었지만, 그 기다림의 자세 자체가 주는 평온함이 좋았다. 객실 문을 열자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갓 세탁한 흰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깊게 파묻히는 매트리스의 포근함은 중력을 잊게 했고, 우리는 나란히 누워 낮은 웅웅거림을 내뱉는 냉장고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창밖의 옅은 회색빛 하늘이 방 안의 은은한 조명과 섞여 묘한 보랏빛 그림자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비로소 완전한 정적 속에 안착했다. 밖으로 나가 맛본 파파야 우유의 진득한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아주 약간의 쌉쌀함은 마치 삶의 뒷맛 같아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차가운 유리병의 촉감이 손바닥에 닿을 때의 그 서늘함이 좋았다. 이어 방문한 선형차고의 낡은 철제 냄새와 기름때 묻은 공기는 2월의 서늘함과 어우러져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들의 궤적을 보며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췄고, 쫄깃한 피 속에 죽순이 씹히는 육원의 투박한 식감과 입술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달콤한 소스는 쌀쌀한 공기를 잠시 잊게 할 만큼 강렬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육원의 온기가 입안 가득 퍼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이 낯선 도시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밤이 깊어 찾아간 바구아산의 월영등 축제는 안개 낀 산속에 흩뿌려진 작은 빛의 조각들이었다.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반짝임이 안개 속에 스며드는 모습이 마치 젖은 수채화처럼 번져나갔다. 흙냄새 섞인 밤공기를 마시며 손끝에 닿는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고 천천히 걷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다시 지우하오 행관으로 돌아와 샤워기를 틀자 따뜻한 물줄기가 어깨의 긴장을 녹여내렸고, 피부 위에는 얇은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매끄러운 감촉이 남았다. 욕실 가득 찬 하얀 수증기가 시야를 가릴 때, 마음속의 복잡한 생각들도 함께 씻겨 내려갔다. 내일의 계획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이 안온함이야말로 우리가 찾던 진짜 목적지였을지도 모른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2월의 옅은 안개가 흐르고 있었고, 우리는 그 고요한 회색빛 속에 조용히 섞여 들어갔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아니, 충분히 좋았다.
- 바구아산의 월영등 조명을 따라 안개 속을 천천히 걷기
- 끝맛이 살짝 쌉쌀한 현지 파파야 우유 마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