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그때도 여전히 서로의 멍청한 선택을 비웃고 있을까. 11월의 창화는 적당히 서늘했고, 우리는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걸었다. 엉망진창이었던 시작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남아있을 엉뚱한 조각들
가짜 플랫폼에서의 당혹감: 지우하오 행관의 입구는 정교하게 꾸며진 기차역 플랫폼 같았다. "여기서 진짜 기차 타는 거야?"라고 묻던 너의 진지한 표정과, 곧이어 호텔이라는 정체를 깨닫고 터뜨린 웃음소리가 11월의 서늘한 금속성 공기 속에 흩어졌다. 낯선 곳에 도착했다는 해방감이 구두 굽 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울려 퍼지던 순간, 우리는 잠시 현실의 궤도를 벗어나 이 엉뚱한 공간이 주는 유쾌한 농담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기로 했다.
달콤함의 임계점을 넘은 육원: 창화의 육원은 끈적하고 진한 갈색 소스의 광택부터 압도적이었다. 첫 입을 떼자마자 혀끝을 찌르는 강렬한 단맛에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고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하며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쫄깃한 식감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그 맛은 쌀쌀한 바람을 잊게 할 만큼 든든했고, 입술에 묻은 달콤한 소스는 그날의 분위기처럼 끈끈하게 우리를 이어주었다.
붉게 물든 낙우송의 침묵: 수삼림 농장의 낙우송 길은 온통 타오르는 붉은색이었다. 잔잔한 물 위에 비친 붉은 잎들이 정교한 거울처럼 대칭을 이루고, 물비린내 섞인 숲의 향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인생샷을 건지겠다며 과장된 포즈를 취하던 너희를 뒤로하고, 나는 벤치에 앉아 붉은 잎들이 수면 위로 툭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특별한 감동보다는, 그저 이 고요한 붉은 바다 속에 함께 잠겨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넓은 침대 위에서 나눈 무용한 대화: 지우하오 행관 가족실의 넓은 침대는 우리 셋이 대자로 뻗어 누워도 공간이 남을 만큼 넉넉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감촉과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 아래서, 우리는 거창한 미래 대신 누가 가장 멍청한 실수를 했는지 같은 무용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진짜 대책 없다"며 웃던 너의 목소리가 낮은 천장에 부딪혀 돌아올 때, 그 정적과 나른함은 마치 여행이라는 긴 여정 끝에 찾아온 완벽한 정거장 같았다.
5년 뒤에 이 기록을 다시 열어본다면
아마 육원의 정확한 당도는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호텔 방 안의 은은한 세제 냄새와 에어컨 바람에 살짝 식은 피부의 감촉, 그리고 낄낄거렸던 소리는 선명하게 남을 것 같다. 우리는 계획 없이 움직였지만, 사실 그 무질서함이 정답이었다. 11월의 창화가 쾌적했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좋았다는 기억. 무용한 시간들이 모여 가장 단단한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5년 뒤의 우리는 더 무뎌졌겠지만,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날의 눅눅하고 달콤했던 공기가 다시 느껴지길 바란다.
낡은 운동화 끈을 다시 묶으며 함께 웃던 오후의 햇살.
- 부디방의 단황소는 갓 나왔을 때 바로 먹어야 그 바삭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 지우하오 행관에 묵는다면, 짐을 풀자마자 침대에 대자로 뻗어 한 시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