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공간의 효율과 질서를 읽었다. 역에서 십 분쯤 걸어 도착한 소울맵 호스텔의 2층 방은 아담했다. "아, 플러그가 안 맞아." 침대 머리맡 콘센트가 국제 규격이라 한국 플러그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화장실 벽면에 붙은 세 개의 콘센트를 두고 순번을 정해 충전기를 꽂는 작은 협상을 벌였다. 금속성의 서늘한 콘센트 냄새와 공용 주방에서 들려오는 다른 여행자들의 낮은 말소리가 적당한 소음으로 깔렸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그것이 청년호스텔이라는 공간이 가진 기본값이라는 생각에 금방 수긍하며 짐을 정리했다.
다른 한 명은 창가로 스며드는 빛의 각도를 읽었다. 3월의 창화는 섭씨 20도 정도의 온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기분 좋은 상태였다. 오후의 햇살이 꿀처럼 진득하게 방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다. 짐을 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던져, 그 빛이 발끝까지 천천히 차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이토록 쾌적할 수 있을까. 낡은 벽지의 바랜 색깔과 천장의 작은 얼룩조차 이 도시가 건네는 다정한 인사처럼 느껴졌고, 정지된 시간만이 방 안에 가득 찼다.
같은 식탁, 엇갈린 기억
누군가는 혀끝에 닿는 질감의 기억을 선명하게 남겼다. 아삼육원의 튀긴 육원은 겉면이 단단하고 바삭했다. 입술에 닿는 첫 촉감은 거칠었지만, 씹는 순간 안쪽의 쫄깃한 전분과 뜨거운 육즙이 폭발하듯 밀려 나왔다. 특제 소스의 짭조름한 풍미가 입안 전체를 묵직하게 감쌌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마시며 육원을 씹을 때, 턱끝까지 전해지는 그 경쾌한 바삭함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강렬한 감각이었다. 이어 맛본 주광육반의 돼지고기 덮밥은 밥알 하나하나에 배어든 기름기가 적당히 달콤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다른 누군가는 거리의 소음과 공기의 밀도를 기억했다. 육원 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과 사람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30년 넘게 이곳을 지켰다는 주인장의 쉼 없는 손놀림이 잔상처럼 남았다. 튀김 솥에서 나는 치익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거리의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섞여 하나의 낯선 교향곡처럼 들렸다. 3월의 습한 공기는 튀김의 고소한 향기를 더 진하게 붙잡아 공중에 띄워 보냈다. 맛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낯선 도시의 시장통 한복판에서 친구들과 어깨를 맞대고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던 그 묘한 소속감과 설렘이었다.
우리가 유일하게 동의한 것
우리는 여행 내내 사소한 것으로 다퉜다. 어느 방향으로 걸을지, 무엇을 먹을지,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는지에 대해. 하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위치 하나는 정말 완벽하다고. 삼민 시장의 노포들이 코앞에 있고, 역까지 걷는 거리도 적당했다. 특히 연휴의 인파 속에서 복잡한 마음으로 걷다가, 소울맵 호스텔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안도감에 모두가 동의했다. 화려한 서비스는 없었지만, 전용 욕실의 따뜻한 물과 내 몸을 뉘일 작은 침대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짓을 하며 보낸 하루의 끝에 돌아올 곳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다시 웃게 만들었다.
현관에 놓인 낡은 슬리퍼를 신고 다시 밖으로 나갈 때, 복도 끝에서 들어온 빛이 발등을 포근하게 덮었다.
- 아삼육원의 바삭한 육원을 맛본 후, 삼민 시장의 오래된 가게들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 3월 초라면 팔괘산 대불의 월영등 축제가 끝나기 전, 밤의 조명을 따라 산책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