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호텔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아삼 육원을 파는 작은 가게였다. 솥에서 갓 건져 올린 육원은 표면이 튀겨진 듯 노릇했고, 공기 중에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짭조름한 소스의 향이 진하게 섞여 있었다. 입술에 닿는 첫 감각은 날카롭고 경쾌한 바삭함이었다. 하지만 치아가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예상치 못한 말랑하고 촉촉한 속살이 혀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대조적인 두 질감이 입안에서 충돌하며 조화를 이루는 찰나,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췄다. "생각보다 훨씬 다정한 맛이야." 내가 나직이 읊조리자, 당신은 말없이 웃으며 내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었다. 3월의 창화 시내는 적당히 서늘했고, 육원의 뜨거운 온기는 손끝을 타고 심장까지 천천히 전해졌다. 거창한 대화 없이도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아주 밀도 높은 침묵의 시간이었다.
투명한 유리벽 사이로 스며든 낯선 친밀함
타이완 호텔의 객실은 꾸밈없이 정직했다. 방 안에는 중앙 냉방 시스템이 내는 규칙적인 기계음이 낮게 깔려 있었고, 새로 교체했다는 침구의 빳빳한 촉감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쾌적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복도 끝 세탁실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세제 향이 방 안의 공기를 한층 포근하게 만들었다. 특히 우리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투명한 유리로 구분된 욕실이었다. 처음 그 공간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동시에 멈칫했다. 시선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구조가 주는 생경함에 묘한 쑥스러움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토 세면대에서 흐르는 미지근한 물에 손을 씻고, 뿌연 습기가 서린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실루엣을 바라보자 그 어색함은 이내 낯선 친밀감으로 변했다. 완벽하게 가려진 벽보다, 적당히 비치는 유리가 우리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더 가깝게 좁혀준 기분이었다. 은은한 비누 향이 감도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시각과 후각으로 동시에 느끼며, 여행의 피로가 안온하게 녹아내리는 것을 경험했다.
온기라는 이름의 가장 다정한 약속
다음 날 아침 7시 30분, 우리는 약속된 조식을 받기 위해 6층 카운터로 향했다. 화려한 뷔페는 아니었지만, 정해진 시간에 도착한 따뜻한 두유 한 잔이 주는 소박한 기쁨이 있었다. 플라스틱 용기를 통해 전해지는 두유의 뜨거운 온기가 잠이 덜 깬 손바닥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산 간단한 간식을 곁들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유를 나누어 마셨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당신이 건넨 짧은 걱정과 함께 건네받은 컵의 온도는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이후 방문한 바구아산의 공기는 20도 안팎으로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달그림자 등불 축제의 화려한 빛들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선형 차고의 오래된 철제 냄새와 기름 냄새가 섞인 공기를 마시며 우리는 천천히 보폭을 맞췄다. 어느 순간 당신이 내 손을 가만히 잡았을 때, 손바닥에서 느껴지던 그 적당한 온도는 아침에 쥐었던 두유 컵의 온도와 꼭 닮아 있었다. 특별한 맹세는 없었지만,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지는, 무용한 것들이 주는 가장 완벽한 행복이었다.
손을 맞잡은 우리 위로, 낮은 달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 아삼 육원의 바삭한 껍질과 말랑한 속살이 주는 반전의 조화를 꼭 경험해 보세요.
- 바구아산의 등불을 감상한 뒤, 선형 차고의 고즈넉한 철길을 걷는 코스를 추천합니다.